규모가 큰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종교시설, 노유자시설과 같이 상대적으로 넓은 필지를 소유한 특수시설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설은 그 특성상 분양신청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조합에 대토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교시설의 대토보상과 관련하여 여러 논의가 있으나 오늘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도와 관련된 측면이다. 한 사업구역의 명도소송을 진행하면 그 구역 내에 종교시설이 있는지부터 먼저 살피게 될 정도로 종교시설에 대한 명도는 그 보상과 함께 얽혀 언제나 쉽지 않다.

도시정비법은 분양신청 여부에 따라 분양신청을 한 조합원으로서 신축 건물을 분양받거나,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청산자로서 보상절차를 밟거나 하는 두가지로 구분하고 있을 뿐 종교시설이라고 하여 특별한 취급을 한다거나 대토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토대상자로서의 종교시설은 재개발사업의 결과물로서의 토지를 제공받기 때문에 외형상 조합원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외형만 그러할 뿐 종교시설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보상’으로서 토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질은 청산자로 보아야 한다. 대토합의를 한 종교시설에 대하여는 조합원에게 부과하는 청산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행정심판 재결례(’19.11.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 재결)와 대토보상을 받는 교회에 대해 조합원임을 전제로 한다면 결코 잣대가 될 수 없는 헌법상 정당보상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한 판결(서울고법 2016누46856 판결)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러나 여타의 청산자들과 동일하게 명도소송을 진행할 경우 종교시설의 특성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민원을 유발하고, 보상수준에 대한 불만이 많아 교인들이 강하게 저항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차라리 조합원이라면 조합정관에 따라 현물출자의무, 자진 이주의무를 지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 명도소송을 진행하기는 수월할 텐데.

종교시설의 보상과 명도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조합으로서는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종교시설에 대해 보상을 진행할지 미리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아야 한다. 그 보상방식에 따라 명도전략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는 1) 처음부터 대토를 배제하고 모두 수용재결 절차를 밟아 보상하는 방법, 2) 일정 면적의 종후 토지를 대토로 제공하되 건물과 영업손실보상은 수용재결을 거쳐 보상하고 추가 보상에 대해서 협의를 하는 방법, 3) 수용재결을 진행하지 않고 대토 제공, 신축비용과 이전비용, 임시장소 마련 모두 보상협의하는 방법(예: 서울시의 종교시설 처리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신속한 사업진행을 위해서는 종교시설과 원만하게 협의하여 관리처분계획수립 전 가능한 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합의서에는 합의내용을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책임, 위약벌 조항과 같이 강제할 수단을 충분히 마련하고, 명도의 측면에서도 명도소송에서 합의서 내용대로 재판상 화해를 받아 만일의 경우 강제집행까지 나아갈 수 있는 집행권원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합의안을 사전에 도출해내기 어렵다면 일단 수용재결 절차(보상계획공고, 감정평가 등)를 거쳐 소유권을 취득하고 반드시 명도소송을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얼마든지 추가적인 보상협의를 진행할 수 있고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종교시설의 자진 명도를 기대하거나 합의서 내용대로 재판상 화해를 받아 집행권원을 확보해 둘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조합의 사업 지연과 급속도로 불어나는 사업비 부담을 볼모로 종교시설의 도를 넘어서는 보상요구와 명도 거부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여러 전문가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처럼 도시정비법 자체에 종교시설의 대토보상에 관한 구체적 근거 및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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