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직권해제로 정비사업이 중단된 구역들이 회생할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지자체가 정한 조례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법령에서 정한 해제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구역해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급심 판결이 아닌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다. 그동안 정비구역 해제 취소 관련 소송은 시·도 조례의 무효를 다투거나, 해제절차 상의 하자 등을 주요 쟁점으로 다퉜다. 그럼에도 특수한 사례가 있는 일부 구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역들은 패소 판결문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 해제된 구역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있는 판결을 받아낸 변호사가 있다. 바로 법무법인 조운의 이정아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정아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사진=심민규 기자]
이정아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사진=심민규 기자]

▲최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정비구역 해제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말 그대로 지자체가 고시한 정비구역 해제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다. 해당 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시공자 선정은 물론 사업시행인가까지 진행했다. 그럼에도 시는 지난 2018년 토지면적 1/2 이상의 토지소유자가 해제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조례에서 설정한 해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조례의 해제기준을 충족했더라도, 법적 해제사유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즉 정비구역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나 ‘정비구역 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행정청은 과도한 부담이나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한지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비구역 해제를 결정했다. 따라서 구역해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동안 정비구역이 해제된 구역에서 유사한 소송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패소 판결을 받았는데=전국적으로 정비구역 해제가 진행된 이후 해체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잇따랐다. 조례가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는 등의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거나, 동의서 징구 등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부 구역에서는 구역해제 과정에서의 문제가 인정돼 승소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패소 판결을 받았다. 심지어 대법원에서도 조례 무효 주장에 대해 유효라고 판결한 사례까지 나왔다.

이정아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사진=심민규 기자]
이정아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사진=심민규 기자]

▲기존 정비구역 해제 취소 소송과는 쟁점이 전혀 다르다. 이번 판결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기존과 동일한 주장으로는 소송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다. 새로운 법리적 주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결국 구역해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시작했다. 구역해제를 허용한 취지와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답은 그곳에 있었다.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정비구역 해제는 목적성을 잃었다고 봤다. 실제로 과거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한 정의에 대해 판결한 유사한 사례도 있었다. 조례에서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한 기준을 설정했더라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이번 소송도 마찬가지였다. 조례로 구역해제 요건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상위 법령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정비사업 업계에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그동안 구역해제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판결로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소송을 제기한 구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닌 대다수의 구역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구역은 다시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대법원에서도 동일한 판결이 나와 해제구역에 단비 같은 판결이 되길 바란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