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인류의 생활을 바꿔놓았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 시행되면서 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여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1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비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했고, 정부의 규제 정책은 올해도 지속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규제 위주의 정책에 주택공급 확대에도 눈을 돌리면서 정비사업이 ‘적폐’가 아닌 ‘주택공급처’로 인식됐다는 점이다. 올 한 해 동안 정비사업에 화제가 됐던 8대 뉴스를 추려봤다.

 

코로나19에 정비사업도 ‘비상’

 

재건축 총회 현장 [사진=이혁기 기자]

코로나의 영향은 정비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환경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짐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이 한 장소에 모일 수 없도록 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일선 조합에서는 총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거나, 보류·취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합들이었다.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 조합원 거주의무 등 규제 시행을 앞두고 총회 의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합원들의 건강을 담보로 총회를 개최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명령을 어길 경우 자칫 조합 임·대의원이 처벌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조합의 임원은 지자체나 정부의 명령을 어기고 총회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벌금 등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결국 조합원들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다양한 묘수를 찾았다. 일부 조합에서는 자동차 극장이나 공터를 활용해 차량에 탄 채로 총회를 진행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총회를 열었다. 또 다수의 상영관이 몰려있는 멀티플렉스(복합 상영관)를 통째로 빌려 각 상영관마다 50인 이하의 조합원만 입장하도록 하는 사례도 나왔다. 관광버스를 다수 대여해 일부 좌석에만 조합원이 앉도록 하는 ‘버스 총회’와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 전자투표를 직접 참석으로 인정하는 비대면 총회를 법제화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다만 국회 본회의 통과가 늦어지면서 늑장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규제+공급’ 투트랙 전략

 

부동산대책 발표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부동산대책 발표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올해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지속됐다. 하지만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지속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공식적인 발표만도 △2·20 주택시장 대책 △5·6 주택공급 대책 △5·20 주거종합계획 △6·17 주택시장 안정대책 △7·10 주택시장 보완대책 △8·4 수도권 주택공급대책 △11·19 주거안정 지원대책 등 7차례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과거에 발표한 정책들이 본격 시행된 데다 새로운 규제까지 겹쳐 힘든 한해를 보냈다. 실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비롯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임대주택 비율상한, 재건축 조합원 거주의무 등이 시행됐거나, 새로운 규제로 발표됐다. 정부로서는 사실상 규제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셈이다.

하지만 규제 위주의 정책만이 아닌 공급 정책을 병행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수도권 30만호 공급 계획 등을 포함해 2025년까지 총 77만호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의 경우 주택공급 물량의 대부분은 3기 신도시에서 공급된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물량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정비사업을 ‘적폐’로 판단했던 정부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사실상 도심지 내 주택공급이라는 중책을 정비사업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다만 도심지 내 주택공급의 상당량을 기대했던 공공재건축의 경우 주민들의 반대로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공공재건축을 통해 5만호 이상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서초구 분양가상한제 토론회 [사진=이혁기 기자]
서초구 분양가상한제 토론회 [사진=이혁기 기자]

정비사업의 최대 규제 중 하나로 평가되는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해 8·12 대책을 통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지정 기준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민간택지는 주택시장이 불안해도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10·1 대책을 통해 집값 불안 우려 지역을 선별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을 다시 발표했다.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도 정해졌다. 정부는 올해 4월 29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는 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따라서 조합에서는 4월 28일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해야 했다.

정부에서는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주택공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상한제 시행 전에 분양에 나설 수 있는 단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분양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지고, 상한제도 안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변수는 코로나19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인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일선 조합들이 총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합에서도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총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총회 장소를 섭외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정부가 상한제 시행에 대한 추가 유예를 발표했다. 당초 6개월의 유예기간에서 3개월 늘린 9개월의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9일부터 상한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대상지역은 서울 18개구 309개동과 경기 3개시 13개동 등 총 322개 동이었다.

 

공공재개발·재건축으로 공급 확대

 

공공재개발 설명회 [사진=이혁기 기자]
공공재개발 설명회 [사진=이혁기 기자]

재개발·재건축에 다소 생소한 방식이 도입됐다. 재개발·재건축은 주민의 사업 주체가 되는 민간사업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정부는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의 재개발·재건축 모델을 발표한다.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5·6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공공재개발 도입 방안을 발표한다. 재개발사업에 공공이 참여하는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와 층수 완화, 기부채납 절감, 분담금 보장, 사업기간 단축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공급되는 주택의 일정 비율은 공공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공공재개발에 대한 인기는 뜨거웠다. 정부가 모집한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70곳이 신청했다. 후보지 공모에 제외된 도시재생구역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후보지 공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공공재건축은 용적률 최대 500% 완화, 층수 최대 50층 적용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고, 성냥갑 아파트가 건설될 경우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따라 강남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공공재건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사전 컨설팅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추진위·조합 임원에 대한 해임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결국 사전 컨설팅을 취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법적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재개발·재건축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소관위 심사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