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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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원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상가임대차 재계약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계약갱신을 거절할 사유가 발생하는데, 사전에 계약을 거부한 행위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계약갱신 거절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노정희 대법관)은 지난달 26일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가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건축구역 내 상가를 임차한 A씨는 임대인인 B씨에게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재건축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됨에 따라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계약갱신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권리금 회수 권한을 침해당한 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라는 원심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먼저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권리금을 지급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건축을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문제는 건물의 점유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 언제인지 여부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이뤄지면 종전 건축물의 소유자나 임차권자는 이전·고시가 있는 날까지 사용·수익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또 사업시행자는 소유자와 임차권자 등을 상대로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임대인은 원활한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정해진 이주기간 내에 세입자를 건물에서 퇴거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상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이뤄졌다면 임대인은 건물 철거를 위해 건물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어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발생한다”면서도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있는 때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이뤄질 때까지는 건물을 사용·수익하는데 별다른 법적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임대차 종료 시 단기간 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가 이뤄질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에 대한 점유 회복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임대차가 종료될 무렵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한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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