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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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임원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다른 법령을 함께 위반해 경합범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 경우 조합임원은 어떻게 될까?

현행 도시정비법 제43조제5호에 따르면 ‘이 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10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조합임원 또는 전문조합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에 경합범에 대한 분리 선고 규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도시정비법 위반 정도가 경미해도 경합범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됐다면 임원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도시정비법 위반에 따른 벌금액수와 다른 법령 위반에 따른 벌금액수는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올 4월 국토교통부도 서울시의 이런 내용의 질의에 대해 “도시정비법상 경합범에 대한 분리 신고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며 “경합범에 대해 도시정비법 제43조제1호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 조합임원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에 경합범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회신한 바 있다.

다만 국토부도 분리 선고 규정이 없는 도시정비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회신 말미에 국토부는 “조합임원 결격사유 규정의 합리적 적용을 위해 현재 도시정비법에 벌금형의 분리 선고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에 따르면 경합범에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장 무거운 범죄의 벌금형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가중해 전체 범죄에 대한 하나의 벌금형만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분리 선고 규정이 있다면 분리 선고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일례로 선거권이 없는 자를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18조제3항은 ‘형법 제38조에도 불구하고 제1항제3호에 규정된 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하여는 이를 분리 선고하고’라는 규정이 있다. 일반 형사범과 선거범이 경합되었을 때 선거범죄로 인한 형량을 명확히 하기 분리 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토부도 최근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분리 선고 규정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형법에도 불구하고 경합범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 분리 선고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형법에 따라 하나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대신 각각의 범죄에 대해 분리 선고하는 조항을 신설했다”며 “벌금형을 선고 받아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명확히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격사유에 관해 해당 범죄만으로 처벌받은 사람과 경합범으로 처벌받은 사람 사이의 형평성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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