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총회는 조합원 100분의 10 이상이, 창립총회나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위한 총회는 조합원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는 도시정비법 규정이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생활영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되고 있기에 조합원 총회의 개최 역시 예전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나 바이러스 확산 상태가 심각해져 방역수칙이 강화될 경우 방역당국 등 행정청의 명령을 통해 통상 실내기준 50인, 실외기준 100인 이상의 집회가 금지되면 특단의 수단을 강구하지 않는 한 총회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접 참석요건만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도 총회 자체가 곤란하거나 불가능해지지는 않는다. 서면결의를 통해 조합원들이 총회 장소에 모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안건에 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면결의가 주는 편리함 덕분에 조합원들은 점점 현장 참석을 기피하게 됐고 사실상 모든 안건이 서면결의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현상이 심해졌다. 일각에서는 서면결의서의 조작 가능성을 거론했고, 누군가는 토론과 비판이 생략된 결의의 적정성을 우려했다.

텅 빈 총회 장소가 형식화된 총회의 상징이 되자 결국 입법자는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직접 참석 요건을 도입함으로써 총회 장소에 법이 정한 최소한의 조합원들이 모이도록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 등 지금처럼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는 비상상황에서의 직접 참석요건은 조합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행정청은 일정 기간 총회 자체를 금지하거나 참석이 허용되는 최대인원을 지정해 조합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총회 자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위반하면 소집권자나 참석자 모두 감염병예방법에 의거 형사적 처벌 위험이 따르기에 총회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참석 가능한 최대인원이 지정되면 조합은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도 도시정비법이 요구하는 직접참석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난제를 겪는다.

가령 실내 50인, 실외 100인으로 참석 가능 최대인원이 제한되면 조합으로서는 총회 장소로 활용되는 공간을 다각화하고 각각의 공간을 유‧무선 방송시스템 등을 활용해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실내와 실외를 결합하는 형태, 여러 층이나 구분 호실로 이루어진 건물을 통째로 빌려 각 층이나 호실을 총회 공간으로 활용하는 형태, 심지어 여러 대의 관광버스에 조합원을 분산 수용하는 형태 등 실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훨씬 간편한 방법에 유혹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직접 참석에 필요한 인원을 현장에 모으지 않고 차례로 현장참석자 명단에 서명만 하게 하고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실제 성남시의 모 재개발 구역에서 임원 해임 총회를 개최하면서 구사된 방법이기도 하다.

직접 참석자 명부에 서명만 하고 돌려보내는 방식의 근본적 문제점은 직접참석 요건을 강제하는 도시정비법 규정이 우회적으로 잠탈된다는 점이다.

직접참석 요건은 서면결의에 의한 총회의 서면화를 방지하고 최소한의 조합원들을 현장에 참석하도록 해 안건에 관해 실질적인 비판과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취지다.

따라서 사람이 아니라 서명만 모으는 것은 전형적 탈법행위에 불과하다. 도시정비법이 직접 참석요건에 예외를 두지 않았기에 비상상황을 이유로 그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어렵다. 방역대책을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하기에는 그 둘을 조화롭게 운영하는 실제 사례들이 너무 많이 쌓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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