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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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고 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전세 가격이 5년 만에 최대 상승했으며, 전세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쯤 되면 전세 가격에 날개가 달렸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결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 19일 국토교통부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합니다. 주요 내용은 전세형 주택을 단기간 내에 대량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는 2022년까지 11만4,000호의 전세형 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공공주택도 조기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주거안정 지원방안 중에서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바로 정비사업 이주시기 조정입니다. 정부는 수도권 내 정비사업에서 내년에 3만8,000호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22년에도 수도권에 3만5,000호의 이주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고요. 따라서 정비사업 시기 조정을 통해 이주가 특정시기에 몰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설명입니다.

정부의 설명은 얼핏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이주시기 조정을 통한 전세 가격 안정은 ‘조삼모사’에 불과합니다.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대책이 아닌 만큼 폭탄 돌리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비사업의 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출 경우 그만큼 공급을 늦추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정부는 지난 8·4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급 확대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할 바 있습니다. 공급 확대 방안으로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죠.

그동안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펼쳐온 정부가 공공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도심지 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정비사업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럼에도 정부는 불과 3개월 만에 정반대의 정책을 선택했습니다. 당장 이주수요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전세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아가 정부가 굳이 정비사업 시기조정을 전세난 대책으로 발표해야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정비사업의 시기조정은 이미 법령과 조례로 정해져 있습니다. 주택시장이 불안하다고 인정되면 언제든지 시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죠.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의 입장에서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은 공감됩니다.

하지만 병에 걸린 환자에게 아무 약이나 투여한다고 낫는 것은 아닙니다. 이주시기 조정이 전세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플라세보 효과를 노린 것이라 주장하면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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