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집 막둥이. 민병덕 의원이 어렸을 때부터 불리던 별명이다. 1970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민 의원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친이 별세하면서 홀로 닭을 팔아 뒷바라지를 하는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요새 말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닭집은 민 의원에게 치열한 삶의 공간이었고, 가난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공부’였다. 결국 재수생활 끝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사회 현안에 대한 관심은 오롯이 공부로만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양심과 천성까지 바꿀 수 없었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다 감옥생활도 했고, 빈민 주거문제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신대방 철거현장에서 느낀 충격은 변호사가 돼 약자를 돕는 인권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촛불집회 관련 변론도 빼놓을 수 없다. 촛불집회 관련 수사와 기소 상황에 직면한 많은 시민들을 변론하면서 가장 많은 촛불 변론을 맡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제는 국민을 위해 겸손히 내 삶을 바치고 싶다”는 민 의원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민병덕 의원
민병덕 의원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의 주거복지 전문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택 관련 법안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신 듯합니다. 주거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또 어떤 활동을 해오셨습니까=대학교 2학년 때 신대방 철거촌에서 철거민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함께 투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힘없는 철거민들의 부당한 철거와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상황을 보면서 주거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훗날 변호사가 됐을 때는 대학생 때 빈민운동 경험을 살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민생경제위원회와 주거복지TF에서, 특히 주거복지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주택 관련 법안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아닌데도 재개발·재건축이나 주택 관련 법안을 더 많이 발의하셨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그동안 학교용지 부담금과 관련해서는 면제 대상이나 부담 시기 등에 대한 해석을 두고 혼선이 있어왔는데요. 이번 개정안의 경우 그 부분에 대한 입법 조치여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우선 학교용지 부담금의 부과제외대상과 가구 수 증가의 산정 방법 및 시기 등이 명확하지 않아 개발사업자의 부담이 커지고 제도의 취지인 공공성 확보에도 원활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또한, 기존의 부담금 면제 대상인 학교의 신축·증축 등을 통한 기부채납 외에도 개축 등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담금 면제를 받을 수 있게 하여 공공성 확보에 실질적 효과가 있도록 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언택트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축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한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우리 사회는 코로나 19를 통해 한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바로 감염병 창궐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단 감염을 억제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제도와 국민적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제가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와 법률적 근거를 담고 있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의 소유자 등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보건안전관리자를 두도록 하고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는 해당 시설의 바닥면적당 이용자 수를 일정규모 이하로 제한하여 감염병 확산을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우리의 일상생활이 매우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총회는 물론이고 단순 모임도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새로운 표준과 새로운 통념이 생기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는 법안과 국민적 인식개선을 선도하고자 합니다. 

▲안양 관내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곳이 많고 준비 중인 곳도 여럿 있다. 조합들과 주기적으로 소통도 하고 계시는데 안양의 재개발·재건축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까=재개발·재건축사업에 있어서 가장 큰 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시의 주택과 시설 그리고 공간이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인가’입니다. 과거 성장 위주의 도시개발과 도시계획은 성장 이면에 가려진 수많은 철거민들과 빈민을 만들어 낸 바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반성으로 도시가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도시민을 위한 일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의 진행과정에서 피해 사례가 생기지 않는지 수시로 당사자들과 소통하고, 사업 전후에는 개발된 곳이 주변 공간과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는지 검토하여 실질적인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판선 안양운동장역과 신림선의 서울대정문역을 연결해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안양이 교통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진행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세계적인 기술의 집약체인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좋은 환경과 스탠퍼드 공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공약인 ‘서울대-안양 직통선’을 통해서 서울대 공대의 연구개발 인재들과 역량을 안양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관악산 남쪽에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인덕원~동탄선, 월곶~판교선이 건설되면 안양은 명실상부한 교통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안양시 청년창업펀드 기금 조성 및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최근 부동산이 최고 이슈 중 하나입니다. 주택 투기꾼들에 의해 집값이 상승하면서 정부도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집은 투자 수단이 아니라 사는 곳임을 강조해 오셨는데요. 그런데 아직 국민 인식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동산 대책의 경우 명약은 없어 보이는데 평소 고민해 오신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부동산에 대한 저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이 더 큰 사회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에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넘어선 작금의 현실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숙제는 자본소득, 즉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또한 제가 철거촌에서 빈민운동을 할 때부터 주장했던 것이 있습니다. 답은 바로 공공임대주택입니다. 결국은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공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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