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정부는 주택공급대책의 일환으로 공공재건축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공공재건축은 도심지 내 주택공급확대라는 중대한 임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재건축을 적폐로 규정했던 정부가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앞세워 홍보에 나설 만큼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이었습니다.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감정원 등이 운영하는 공공정비 통합지원센터의 사전컨설팅에 재건축 15곳이 신청하는 등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송파 잠실5단지와 강남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을 대표하는 단지들까지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공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른바 핵심 단지로 평가 받고 있는 대형 단지들이 주민들의 반대로 속속 사전컨설팅 철회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중·소형 재건축도 회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기존에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15곳도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닌데 적지 않은 구역들이 철회를 선언하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깼습니다. 8·4 주택공급대책 발표 당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구역이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하려면 주민 10%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주민 동의 10% 기준을 폐기하고, 추진준비위원장이 주민동의 없이 신청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대형 단지의 경우 동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기준을 완화한 것입니다.

물론 국토부의 결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재건축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 좋은 곳의 대단지’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시범사업이 필요합니다. 일단 시범단지가 성공하면 이후 공공재건축제도가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 도입에 따른 실적도 부담이 되겠지요.

사전컨설팅은 말 그대로 공공재건축 도입에 따른 결과물을 개략적으로 예측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즉 사전컨설팅 신청이 곧 공공재건축 적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전컨설팅 결과가 공동재건축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과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편의에 따라 정책이 변경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전컨설팅 신청 기준을 완화하기보다는 공공재건축제도에 대한 계획이나 정책을 분명하게 수립하는 것이 더 시급해보입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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