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 [사진=울산지법]
울산지방법원 [사진=울산지법]

조합장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자금을 빌린 후 이자를 지급키로 한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조합이 지급하는 이자는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인 만큼 총회의 결의를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달 20일 A시장재건축조합이 B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조합 승소 판결을 내렸다. 채권에 대한 이자는 물론 시효가 소멸된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건설 주식회사는 지난 2005년 12월 B씨에게 채권 1억6,000만원을 양도하고, 조합에 이를 통지했다. 당시 조합장이었던 C씨는 채권양도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주었는데, 확인서에는 ‘채권양도 통지일(2005년 12월)로부터 변제일까지 법정이자 연 20%를 지급함’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후 B씨는 2017년 4월 채권 원금 1억6,000만원과 이자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갚으라는 지급명령을 법원에 신청해 발급을 받았다. 이어 지급명령을 통해 원고 소유의 토지 지분을 강제경매 신청한다.

이에 조합에서는 대의원회의를 개최해 피고가 부동산 강제경매절차를 취하할 경우 이자를 제외한 원금 1억6,000만원에 대한 채권을 추인하기로 결의했다. 해당 안건은 향후 진행되는 임시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피고 측은 대의원회의 결과를 수긍하지 않고, 사업대행자인 □□의 대표자를 통해 원고 조합장 직무대행자, 이사, 대의원이 연명해 변제를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조합장은 지급 명령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진다는 확인서에 날인했지만, 이사와 대의원이 채권을 인정하지 않아 합의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먼저 이자지급 관련 약정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하고 있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이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 봤다. 원금 1억6,000만원 외에 추가로 지급하는 이자는 새로운 약정으로 조합원에게 비용에 대한 부담이 되는 계약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의 총회 의결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자지급과 관련 채권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법원은 원금 1억6,000만원에 대한 채권도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결했다. 해당 채권은 재건축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부담하는 계약인 점 등을 들어 상행위에 따른 채권으로 보고 소멸시효를 5년이라고 판단했다. 즉 채권양도일인 2005년 12월 이전에 채권이 성립됐기 때문에 5년이 이미 경과한 이후 지급명령을 신청한 채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채권양도 확인서상의 원금 채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됐다”며 “이자채권은 성립됐다고 볼 수 없어 지급명령에 따른 강제집행은 불허한다”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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