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은 이주단계에서 현금청산자의 세입자 A에 대하여 명도소송을 제기하면서 점유이전금지가처분도 함께 받아 A이름으로 가처분집행까지 마쳐놓았다.

명도소송 승소판결에 기해 강제인도집행을 하고자 계고(부동산인도고지)를 위해 현장을 방문하였더니, A는 진즉에 이사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점유자 B가 있었다. 알고 보니 현금청산자가 다시 B에게 세를 놓은 것이었다. 그 결과 A에 대한 강제집행은 불능처리되었다.

이처럼 조합이 명도소송에 기한 강제집행을 하려고 보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점유자를 변경하여 집행불능 처리되게 하는 악의적인 집행방해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대부분 조합을 압박하여 이사비용 등 명목의 보상금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다. 특히 현금청산자가 소위 ‘깔세’를 놓으며 점유자를 계속 바꾸는 경우, 조합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민사적인 방안부터 살펴보자.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깔세 세입자에 대하여 다시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주 막바지에 이르러 철거를 목전에 둔 지금 시점에서 명도소송으로 또다시 수개월의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명도소송을 진행한다 해도 현금청산자가 다른 세입자에게 다시 깔세를 놓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다.

이 경우 조합은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B에 대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다. A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에는 조합과의 관계에서 점유자를 A로 고정하는 항정효가 있기 때문에 B는 A에 대한 가처분집행 이후 점유를 이전받은 자에 해당하여 승계집행문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명도소송을 제기하면서 보전절차로서 반드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만, 승계집행문 부여절차 자체도 3개월 정도 시간이 들기 때문에 그 기간만큼 속절없이 사업이 지연된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있다.

또한 현금청산자의 집행방해로 조합의 사업이 지연되고 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때 함께 취할 수 있는 것이 형사적인 조치다. 현금청산자가 깔세를 놓으며 계획적으로 점유자를 계속 변경하는 행위는 조합의 부동산인도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해 부동산을 은닉 또는 처분한 것으로서 강제집행면탈죄(형법 제327조)를 구성한다.

만약 수용재결로 조합에 소유권이 넘어온 이후에도 현금청산자가 여전히 자신이 소유자인 것처럼 속여 새로이 세를 놓고 임대보증금 등 명목으로 금원을 수령하였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도 성립될 수 있다.

유독 우리나라 정서상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사회적 강자, 현금청산자를 약자’로 단정짓고 조합의 강제인도집행을 ‘강자의 권력 남용’으로 보아 악의적인 집행방해조차 온정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조합이 강제집행을 하기까지 법에서 정한 여러 절차를 거치며 각 절차 안에서 요구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법원을 충분히 설득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강제집행만큼은 법치주의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일부 현금청산자의 집행방해·면탈 시도로 조합의 권리실현이 요원해지고 사업이 지연된다면 현금청산자 또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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