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토지면적만으로 동의율을 산정하여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조례는 소유의 다과와 관계없이 조합원들에게 평등한 의결권을 배분하는 도시정비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리하여 해당 조례에 의해 정비구역이 해제된 조합들이 조례가 무효임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조합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는 것, 법원은 하위법령이 상위법령에서 사용한 용어의 의미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하위법령에 대해 무효를 선언한다는 것, 예컨대, 도시정비법이 정비구역 해제사유로 ‘정비구역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경우’를 규정하면서 그 구체적인 기준을 조례에 위임하였는데, 조례에서 ‘해당구역 및 주변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한 경우’와 같이 정비구역 추진 상황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유를 규정한 사안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 등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토지면적 50% 이상의 동의로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한 사례로 돌아와 생각해 보자. 몇몇 지자체의 조례가 정한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해제 동의’는 법이 정한 ‘정비구역 지정 목적 달성 불가능’과 어떠한 관계에 있을까.

상위법령인 도시정비법이 정한 요건의 문언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가 정비구역 해제에 동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수가 사업에 찬성하는 조합원들의 수에 비해 훨씬 적고 통상적인 정비사업의 진행속도에 비해 진척 정도가 특별히 느리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정비구역 지정 목적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과반수에 이르고 이러한 갈등 때문에 사업이 진척된 것이 거의 없는 경우라면 정비구역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가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한다 하여 그로써 곧 정비구역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정비구역 지정 목적 달성 가부를 판단함에 있어 주민 의사나 갈등의 징표가 되는 여러 기준의 하나일 수는 있으므로 조례가 법의 문언을 완전히 벗어나 엉뚱한 내용을 정한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법원은 조례가 무효라는 조합의 논리를 모두 배척하였다.

주식회사의 주주와는 달리 도시정비법이 소유의 다과를 떠나 조합원들에게 평등한 의결권을 배분한 것은 주택이라는 재화의 특수성이나 정비사업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하여 수많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이고 조화롭게 규율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그런데 토지면적만을 기준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한다면, 다수 조합원들이 정비사업의 진행을 바라고 사업 진행에 다른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까지 넓은 면적을 보유한 소수 조합원의 의사에 의해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게 되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가 정비사업 진행을 반대하지만 정비구역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지 않은 경우’는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해당 조례가 무효도 아니고 조례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처분했으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조례가 무효가 아니라고 하여 그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단 말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노후·불량건축물에 관한 판례에서 찾아야 한다. 법원은 ‘준공 후 20년이 경과하였지만 철거가 불가피하지 않은 건축물’과 같이 하위법령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이로써 곧 상위법령의 요건을 만족하는 것은 아닌 경우 하위법령에 대해 바로 무효를 선언하기보다는 하위법령의 요건뿐 아니라 상위법령에서 정한 요건까지 만족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균형있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하위법령이 상위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위임입법의 본질에 충실한 해석이기도 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