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악화되면서 방역당국도 점차 규제의 도를 높여가고 있다. 모든 국민이 정부의 방역대책에 협조하여야 한다는 원칙론에 정비사업조합 역시 예외가 될 수 없기에 시급한 총회조차 자유롭게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이 집합금지명령 등을 통해 총회 자체를 개별적으로 강하게 통제하더라도 사정상 도저히 따를 수 없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른 벌금형 처벌을 각오하고서라도 총회를 강행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방역당국의 대책을 존중해 총회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총회 연기에 따른 조합들의 의문은 주로 연기의 절차와 방법, 이미 징구해 둔 서면결의서의 효력, 연기 이후 새롭게 개최되는 총회의 통지 방법 등에 집중된다.

먼저 총회의 연기를 위해 반드시 사전에 이사회나 대의원회를 거쳐야 하는 것일까. 통상 정관상 총회의 안건이나 일정 등에 관하여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기에 예정된 총회의 연기에 관한 사항도 미리 이사회 및 대의원회를 거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면 이사회든 대의원회든 모두 거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완벽하고 좋겠지만 정부의 방역대책에 따른 총회 연기는 보통 긴급성을 동반하기에 이사회나 대의원회 개최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사회나 대의원회를 거치지 않고 소집권자인 조합장이 직권으로 총회의 연기를 결정하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사회, 대의원회를 거친다고 한들 총회 연기 외에 다른 의사결정을 할 여지가 없고 조합장의 소집권에는 총회 개최나 조합원출석이 곤란한 비상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의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연기를 결정할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추후 새로운 일시와 장소에서 총회가 개최된다면 법적인 판단의 중심은 안건에 관한 ‘결의’이고 ‘연기’ 자체의 적법성을 다투는 것은 이렇다 할 실익도 법적 의미도 없다는 점 역시 의사회 및 대의원회를 반드시 거쳐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의 비현실성을 도드라지게 한다.

소집권자가 총회의 연기를 결정했다면 이제 조합원들에 대한 통지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합원의 권리에 관한 사항이므로 공고, 등기우편 발송 후 반송시 일반우편이라는 정관상 엄격한 통지방법으로 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전혀 현실성이 없다. 조합원들에 대한 ‘연기’의 통지는 ‘조합원들이 총회가 연기된 사실을 몰라 헛걸음 하지 않도록 하기에’ 적절한 방법이면 된다. 전화나 문자, 카톡 등 SNS, 조합 홈페이지 게시, 인편 등 편리하고 확실한 방법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알리면 충분하다.

이미 징구해 둔 서면결의서의 사용 문제도 빠짐없이 거론된다. 서면결의서는 특정한 일시·장소를 전제로 제출되는 것이기에 총회의 일시·장소가 변경되면 효력을 잃는다는 극단적 의견도 보인다.

총회 일자의 연기와 서면결의서의 효력을 반드시 관련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서면결의를 통해 표출된 조합원들의 의결권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면결의 징구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동반된다는 점도 쉽게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이미 징구된 서면결의서는 총회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후 개최되는 총회에서 계속 유효하게 사용되며 다만 조합원들에게 서면결의를 철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면 족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일시와 장소를 잡아 통지할 때는 보다 간이한 절차를 거쳐도 되느냐 하는 의문이다. 어차피 동일한 안건이고 실질적으로 새로운 일시·장소만을 알리는 것이기에 14일 전 공고, 7일 전 등기우편 발송 등 최초 소집에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칠 필요 없이 조합원들의 총회 참석에 지장이 없도록 상당한 방법으로 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리 있고 경청할 만하지만 총회개최금지가처분 사건에서 확인되는 재판부의 다양한 성향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과감한 조언이다. 번거롭더라도 최초 소집과 동일한 소집절차를 거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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