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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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과거와 극명하게 구분되는 규제 일변도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들이 정비사업 시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업 추진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먼저 재개발의 경우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서울시내 조합들이 속도내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개정된 임대주택 의무 건립비율 적용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을 일부 개정·고시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은 주택 전체 가구수의 10~2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고, 시장·군수가 의무 건립 비율을 재량으로 상향시킬 수 있는 범위도 10%까지 높였습니다.

즉, 임대주택 건립비율을 최대치로 적용할 경우 전체 가구수의 30%까지 올라가는 셈입니다. 이 같은 제도는 내달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갑니다. 이 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거나 받은 사업장은 개정 기준 적용 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재개발조합들은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건립가구수는 그대로인 반면, 임대주택 의무 건립비율이 높아질 경우 일반분양분이 줄어들면서 사업성은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성북구 신월곡1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목전에, 용산구 한남2구역은 9월 중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목표로 재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재건축도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추진위 단계에 해당하는 곳들이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6·17대책에는 투기세력 유입 차단을 골자로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의무제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조합원에게는 새 아파트 입주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다만, 올해 안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해당 제도를 피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강남구 신반포2차, 과천시 주공8·9단지 등 주요 사업장에서 자발적으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제출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정비사업을 지목했고 초과이익환수부터 분양가상한제, 대출 등 각종 규제를 가했습니다. 재개발 임대비율 상향, 재건축 2년 거주의무제 역시 이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유예기간과 적용시점을 정해놓다 보니 오히려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명분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과는 정비사업이 일거에 진행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절벽현상 등 또 다른 문제 발생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주택시장이 붕괴되고 혼란이 초래되면서 집값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택가격 안정화 취지로 내놓은 규제들이 되레 혼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정책은 일시적이 아닌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효과를 도출해내야 합니다. 위정자들의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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