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경쟁입찰에 2회 이상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26조2항을 제외하고는 수의계약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것, 수의계약 총회에 과반수 직접 참석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대의원회 의결 등 나머지 조항은 수의계약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것, 그러나 시공자 선정을 위한 대의원회와 총회의 결의 방식을 제한하는 취지는 동일하므로 과반수 직접 참석이라는 제한이 대의원회에는 적용되지 않고 총회에만 적용된다는 해석은 자의적이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수의계약 총회에 과반수 직접 참석에 관한 35조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의 근거는 또 있다. 계약업무 처리기준 상 2회 이상 유찰되어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외에 “총회의 의결을 거쳐”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선정된 시공자가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때 선정을 무효로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면, 선정무효 총회 역시 ‘총회’인 이상 과반수 직접 참석을 정한 35조1항이 적용되는가?

이와 관련하여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전신인 시공자 선정기준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시공자 선정기준에서는 선정무효 총회의 경우 “제14조(계약업무 처리기준 35조에 해당)의 규정에 의한 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과반수가 직접 참석이 필요함을 명시하였던 것.

시공자 선정기준이 계약업무 처리기준으로 통합되면서 “제14조의 규정에 의한”이라는 부분이 삭제되어 현재는 단순히 “총회”를 거치도록만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경쟁과는 무관한 선정무효 총회의 의결에 경쟁입찰을 전제로 규정된 ‘과반수 직접 참석’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고려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수의계약 총회는 어떠한가? 시공자 선정기준에서조차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일 것을 요구하지 않았고,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지 “총회”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선정무효 총회를 “제14조에 의한 총회”라고 못박으면서도 수의계약 총회는 굳이 “총회”라고만 해 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수의계약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26조2항이 “제35조에 의한 총회”라고 규정할 수도 있는 것을 굳이 “총회”라고 규정한 것에 주목해보자. 어차피 시공자 선정은 경쟁입찰에 의하든 수의계약에 의하든 도시정비법상 총회 의결사항이다.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을 체결하라는 26조2항은 도시정비법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뿐인데, “총회”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하여 그것이 곧 조합원 과반수의 직접 참석을 요하는 35조1항의 총회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수의계약 총회에는 과반수 직접 참석이 불필요하다는 해석론에 대해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시공자 선정기준의 탄생 배경은 그렇다 쳐도 도시정비법이 개정되고 시공자 선정기준이 계약업무 처리기준으로 통합된 현재에도 그러한 해석이 유효할 것이냐 하는 것.

물론 시공자 선정에 관한 도시정비법 규정이 몇 차례 개정되고 시공자 선정기준이 계약업무 처리기준으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일부 표현이 수정되기는 하였다. 하지만, 수의계약 절차에 대해 경쟁입찰과 동등한 수준의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어 법이 개정된 것이라면 모를까, 도시정비법의 위임 취지나 목적에 전혀 변함이 없었던 이상 이러한 해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수의계약 총회에 과반수 직접 참석이 필요하다는 견해는 수의계약 절차도 경쟁입찰만큼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 생각은 옳지만, 수의계약으로 가는 길목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애초에 경쟁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정을 수의계약에 들이댐으로써 해결할 일이 아니다. 근거 없이 그저 보수적이기만 한 해석은 설득력이 없다. 법의 취지를 꿰뚫어 보는 법원의 통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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