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출석하여 의결하여야 하는 시공자 선정 총회. 그런데 경쟁입찰을 실시했다가 2회 이상 유찰되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우에도 이러한 ‘과반수 직접 참석’ 요건이 적용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마 ‘당연히 수의계약에도 적용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쪽이 훨씬 많을 것이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왜 그럴까? 아마도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5조제1항이 ‘총회’에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하도록 하고 있고, 수의계약도 ‘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수의계약 체결에 대해 제35조제1항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가 어렵사리 열린 시공자 선정 총회가 무효로 판단 받게 된다면 그야말로 ‘낭패’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에 대해 법원의 최종적인 해석이 있기 전에 그런 큰 위험을 감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연히’라는 편견을 버리고 도시정비법이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정하도록 위임한 내용,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내용과 체계 등을 한 번 살펴보라.

그러면 비록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5조제1항이 ‘총회’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경쟁입찰의 마지막 단계로서의 총회를 의미할 뿐, 수의계약에 적용시키려는 규정이 아니라는 해석론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과반수 직접 참석 규정이 당연히 수의계약에도 적용된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견해 중 어떠한 견해가 설득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탄생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정 도시정비법은 ‘조합 정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법이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개정됨에 따라 2006년 건설교통부장관이 제정하여 고시한 것이 바로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모태인 ‘시공자 선정기준’이다.

다시 말해, 시공자 선정기준은 애당초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의 방법’을 정하기 위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도시정비법이 위임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헌법재판소의 해석에도 잘 드러난다. 헌재는 시공자 선정기준의 제정 배경이 된 도시정비법 조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이 규율할 내용은 경쟁입찰의 구체적 종류와 입찰공고와 응찰, 낙찰로 이어지는 세부적인 입찰절차와 일정, 의사결정 방식 등의 제한’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시공자 선정기준은 경쟁입찰의 의사결정 방식을 제한하도록 위임받은 것이지, 수의계약의 의사결정 방식을 제한하려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수의계약은 경쟁이나 입찰에 의하지 않고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여 맺는 계약으로 경쟁입찰에 대립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도시정비법으로부터 ‘경쟁입찰의 방법’을 정할 것을 위임받은 시공자 선정기준이 경쟁입찰과 대척점에 있는 ‘수의계약’의 방법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게 해석한다면, 이는 분명 도시정비법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다.

헌법상 보장되는 행복추구권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포함되고 이로부터 계약체결 여부, 계약상대방, 계약의 방식과 내용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 계약의 자유가 파생된다.

이러한 계약자유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도시정비법이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규정한 것은 시공자 사이의 과열 경쟁을 방지하고 선정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모든 기본권 제한에는 ‘과잉금지’라는 한계가 있듯이, 계약의 자유를 제한함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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