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기간이 만료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다양한 분쟁이 발생한다. 임차인의 갱신청구권, 권리금 회수 기회의 보장, 임대차보증금 반환 시기, 원상회복 범위 등등 문제가 기본이다.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건물을 반환해 주지 않는 경우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례를 보자.

임대인은 자신이 사용하는 건물 내 식당을 임차인에게 임대해 주었다.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더 이상 계약갱신을 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하였다. 이후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자 임차인은 계약갱신을 주장하며 시설에 소요된 비용을 달라고 요구하였고,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를 변제공탁하였다.

임차인은 그 이후에도 식탁이나 집기류 등 장비를 둔 상태로 식당을 계속 점유하였다. 그러나 임차인은 영업은 하지 않고 ‘유치권행사 중’이라는 안내문을 부착해 두었다. 임대인은 식당의 인도청구와 함께 식당을 인도받을 때까지의 차임 상당을 청구하였다.

1심과 2심은 임차인이 차임 상당을 부당이득하였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임대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더라도 본래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않아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않은 경우에는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식탁 등 장비를 둔 상태로 식당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 인정돼 본래 목적에 따라 이 식당을 사용·수익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 부당이득반환이 아니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임료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연체차임을 공제한 임대차보증금을 적법하게 변제공탁했다면 임차인은 식당을 인도할 의무에 대해 임대차보증금 반환과의 동시이행을 주장할 수 없다. 임차인이 그러한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했음에도 목적물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서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임차인이 식당을 점유할 적법한 권원이 없는 한 변제공탁의 통지를 받은 다음부터 식당을 인도할 때까지 적어도 과실에 의한 불법점유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임대차계약이 끝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적법하게 공탁변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부동산에 물건을 놔둔 채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1, 2심은 부당이득반환의 관점에서 임차인이 본래 용도대로 사용수익 한 바 없으니 이익을 얻지 않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의 관점이 아니라 불법행위의 관점에서 보았다.

부당이득반환청구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두 제도는 출발이 다르다. 변호사가 어떤 법리로 청구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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