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이 해임되었다. 표준정관 제16조, 제18조를 그대로 가져온 조합이라면 해임된 조합장은 원칙적으로 새로운 임원이 선임될 때까지 조합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나,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의 직무수행정지 의결이 있다면 정관이 정한 상근이사나 연장자인 이사가 조합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그런데 조합임원 전원이 해임·직무정지되어 조합장의 직무를 대행할 임원이 없는 경우라면 어떨까? 이 때 조합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해봐야 할 것이 임시조합장의 선임이다.

임시조합장은 말 그대로 정식 조합장이 선임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활동하는 조합장으로, 도시정비법 제49조 및 민법 제63조에 근거한다. 임시조합장 선임을 원하는 조합원은 ①조합장 직무를 대행할 다른 조합임원이 없고 ②이로 인하여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소명하여 법원에 임시조합장 선임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적당한 자를 임시조합장으로 선임한다.

누군가는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떠올렸을 것이다.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에 따라 선임된 조합장 직무대행자 역시 외부인이자 그 지위가 일시적이며 법원에 의해 선임된다는 점에서 임시조합장과 유사하지만, 차이점도 많다.

실무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조합장 본인도 임시조합장 선임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있었다. 반대진영에서 조합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을 신청하여 승소 결정을 받았고, 법원에 의해 선임된 조합장 직무대행자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위해 조합장 및 동일한 하자가 있는 임원들을 설득하여 사직서를 받고 향후 총회에서 조합임원 전원을 새로 선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반대진영은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였고, 이로써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소멸하였다. 원칙대로라면 가처분 신청 취하로 조합장의 직무집행정지 역시 해제되므로 조합장이 선임총회를 소집·개최하면 되지만, 조합장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데다 다른 조합원이 동일한 사유로 가처분을 걸어올 위험이 있었다. 반대진영의 항의가 거세 조합장이 선임총회를 강행하는 경우 총회개최금지가처분 등 후속 소송이 예상되기도 하였다.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반대진영은 조합원 발의로 선임총회를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조합장이 한발 빠르게 임시조합장 선임을 신청하여 선임결정을 받음으로써 선임총회를 둘러싼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았다(광주지방법원 2020.6.).

조합장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상무 범위 내로 한정되고 상무외행위를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임시조합장의 권한은 정식 조합장과 동일하므로 상무외행위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다.

그 외에도 신청요건, 등기 여부, 권한의 소멸시점 등 차이가 있지만 어려운 이야기들은 전문변호사에게 맡겨 두시고, 경우에 따라서는 임시조합장의 선임이 분쟁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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