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는 기존 토지 또는 건축물을 현물출자하고 후일 이전고시를 통해 신축 아파트를 취득한다.

이 법률관계는 환지의 경우와 동일하다. 종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등의 권리가 동일성을 유지한 채 새로운 부동산으로 강제적으로 변환된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가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강제적으로 변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도시정비법상의 이전고시이고, 그것의 기초는 관리처분계획이다.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해진 대로 이전고시가 이루어지고, 이전고시 다음날 신축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한다. 대신 소유자의 종전 부동산에 대한 권리는 소멸한다.

종전 부동산에 붙어 있던 근저당권, 가등기 권리 등은 신축 아파트로 옮겨온다.

도시정비법은 이런 장치를 통해서 정비사업으로 인해 생기는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규율할 수 있게 된다. 도시개발법의 환지방식의 법리를 가져온 것이다.

체비지나 보류지에 대한 법률관계는 조합원이 분양받는 경우의 법률관계와는 다르다. 체비지는 사업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환지로 정하지 않은 토지를 말하고, 보류지는 사업시행경비, 공공용지 확보 등의 목적을 위하여 환지로 정하지 않고 보류해 두는 토지를 말한다.

보류지나 체비지는 환지가 아니다. 개발사업으로 인해 새로이 소유지적이 창설되는 것으로 의제한다. 그에 상응하는 종전 토지가 물리적으로는 존재할 수 있어도 법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전 토지에 존재하던 권리관계가 이전될 여지가 없으므로 환지처분이 공고되면서 소멸한다.

최근 대법원에서 문제가 된 사례다.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사립학교 정문부지 위치에 있는 토지를 1필지로 정비하여 학교법인에 양도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맞추어 관리처분계획이 작성·인가되고 후일 이전고시가 이루어졌다. 조합은 이 1필지의 토지에 관하여 조합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다음 학교법인에게 이전등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정문부지의 종전 토지에 관하여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에 기하여 경매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이전고시 이후에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납부하였다. 원래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납부하면 경매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 사례에서 학교법인이 취득한 토지는 주택재개발사업으로 소유지적이 새로이 창설됨으로써 이에 상응하는 종전 토지의 관념이 있을 수 없는 진정 체비지에 해당한다. 이전고시로 인해 정문부지의 종전 토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토지가 되었다. 그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도 소멸된다.

결국 경매절차에서 낙찰을 받은 사람은 새로운 지적이 부여된 정문부지 1필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만일 정문부지 소유자가 분양신청을 하여 분양을 받았다면 어떨까. 종전 토지에 간한 제한이 그대로 새로운 부동산으로 옮겨가므로 낙찰 받은 사람은 신축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점이 조합원 분양분과 체비지·보류지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체비지나 보류지를 달리 취급할 필요성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