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상가 같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중에는 황당할 정도로 무도한 행위를 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구분소유자들에게 횡포를 부리며 다른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다.

상가의 특정 부분을 소유하여 영업을 하는 사람이 공용부분인 로비나 복도 부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자신의 영업장소로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공용부분은 관리단이 보존·관리할 수 있고, 구분소유자들은 공용부분의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누군가가 공용부분을 무단으로 점거하여 영업을 한다면 관리단이든 다른 구분소유자들이든 방해배제를 구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연한 일이다.

대법원에서 문제가 된 사례는 상가건물 1층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구분소유자(피고)가 1층 복도와 로비를 점유하여 골프연습장의 내부공간인 것처럼 사용하였다. 상가건물 관리단에서는 경찰에 신고도 해 보았으나 경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대답을 들을 뿐 실효성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

관리단은 소송을 제기하여 피고에 대해 그 복도와 로비에 있는 물건을 치우고 관리단에 인도해 달라는 인도청구와 그 부분을 독점적으로 사용 수익하였으니 임대료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금전청구를 하였다. 관리단의 인도청구는 당연히 인정된다. 이견이 없을 듯하다.

문제는 피고가 공용부분에서 영업을 하여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보아 반환되도록 하여야 하는지다. 법리적으로 보면 이렇다.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그로 인하여 상대방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반환하도록 되어 있다. 피고가 1층 로비와 복도를 골프연습장으로 꾸며놓고 영업을 하였으니 그 영업으로 인한 수익이든, 로비와 복도 부분에 대한 임대료 상당이든 이익을 얻었고, 그 이익이 공용부분을 무단 점유하여 얻은 것이니 부당이득에 해당된다.

그런데 로비와 복도는 상가를 출입하는 사람들의 통행을 위해 둔 공간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아무도 영업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할 수도 없다. 피고가 이 부분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다른 구분소유자들이나 관리단이 손해를 입은 것이 없다. 따라서 피고가 얻은 이득은 부당이득이라고는 할 수 있으나 반환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논리가 종래 판례의 논리였다. 과연 관리단이나 다른 구분소유자들에게 ‘손해’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은가.

이번에 나온 대법원 판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이 부분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

관리단이 피고에게 로비와 복도를 임대하였다면 피고가 임대료를 냈을 것인데, 무단으로 점거하였다고 임대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관리단이 로비와 복도를 골프연습장으로 사용하도록 임대를 하였다면 그것도 불법적인 일이지만, 그것 때문에 피고가 로비와 복도를 공짜로 사용한 짓을 눈감아 주자는 논리도 맞지 않다. 공용부분에 대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법점유로 인한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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