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얼마 전 서울시 35층 아파트 층수규제와 관련해 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인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시행한 ‘서울시 높이 규제에 대한 여론조사’ 인데요. 여론조사는 일반인 전체 응답자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찬성’이 69%, ‘반대’ 15.3% 등으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이 외에도 기업인·교수 등 전문가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1%가 찬성했고, 35.5%는 반대했습니다.

규제에 찬성하는 이유는 일반인의 경우 ‘고층일수록 위험도가 높다’, 전문가는 ‘도시미관상 좋지 않다’가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반대 이유로 일반인은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는 ‘규제를 더 세분화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설문 결과만보면 다수가 35층 규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인데, 과연 이러한 통계 결과가 합당할까요.

‘설문 대상 범위’는 약 90%가 일반인. 이 마저도 35층 규제 자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던 응답자가 절반 가까이 해당됐습니다.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정한 아파트 35층 규제를 알고 있는 응답자는 55.4%로 절반을 약간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는 35층 규제 자체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찬·반을 선택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설문 대상 범위에 정작 이해 당사자인 조합 및 조합원, 토지등소유자들은 포함돼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은 토지등소유자들의 토지 등을 각출해 진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성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층수를 규제할 경우 건립 가구수는 줄어들어 사업성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해 당사자격인 토지등소유자를 설문 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대신 일반인, 그것도 35층 규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을 설문 대상에 대거 포함시켰다는 점은 통계의 오류로 지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통계가 만든 신기루는 사회적으로 해가될 수 있습니다. 참조자료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국가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됩니다. 정책반영을 위한 여론조사 주체는 설문 전 대상 범위 등을 정하는 데 있어 심도 깊은 고민을 동반해야 합니다.

35층 규제에 대한 여론조사처럼 이해 당사자를 배제한다면 공익을 이유로 한 민간 재산권 침해는 당연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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