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솔마을5단지가 리모델링 순항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수직증축에 대한 안전성 검토 등 안전규제 관련 절차가 강화되면서 사업유형을 별동·수평증축으로 선회하고 나선 것이다. 2차 안전성검토 단계에서 수직증축에 필요한 선재하공법 등 신기술 검증기관 선정이 미뤄지면서 사실상 사업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조합 집행부로서는 고심 끝에 특단의 조치를 내린 셈이다. 조합은 사업성 측면에서 수직증축보다는 별동·수평으로의 전환을 통해 리모델링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고, 비용절감을 도모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구자선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조합장을 만나 그동안 사업 진행 과정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물었다.

구자선 조합장 |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
구자선 조합장 |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한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현재까지 리모델링사업은 어떻게 진행돼왔나=리모델링 활성화를 도모한 정부 기조에 따라 활성화를 예상했지만, 정부가 돌연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안전규제 관련 절차를 강화시키면서 업계 전반이 침체 분위기다. 한솔마을5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리모델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약 6년 만에 수직증축이 허용되면서 원활한 사업 진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곳은 2008년 10월 리모델링 창립총회를 거쳐 추진위를 발족한 지 약 2년만인 2010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후 정부가 2014년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했고, 2016년 시공자로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2017년에는 성남시로부터 건축심의와 경관심의 등을 완료하고 이듬해 사업계획승인서까지 접수했다. 현재는 사업유형을 별동·수평증축으로 변경한 상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골자로 사업계획승인서까지 접수했는데, 별동·수평증축으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인가=수직증축에 적용되는 선재하공법 등 신기술 검증기관의 부재로 사실상 리모델링사업 진행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선재하공법은 수직증축으로 인해 커지는 건축물의 하중을 보조 말뚝으로 분산시키는 기술이다. 한솔마을5단지의 경우 2018년 12월 2차 안전성검토를 전문기관인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했다. 당시 1차 안전성검토 당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선재하공법에 대한 신기술 검증을 요구받았다. 이에 조합은 국토교통부와 건설기술연구원에 2차 안전성검토를 위한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최근까지도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2차 안전성검토에 대한 정부대책이 향후 3~4년 내에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업유형을 수직증축에서 별동·수평증축으로 변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초 3개층 수직증축을 계획했을 때 나오는 일반분양분으로 조합원들의 분담금 절감을 도모했는데, 사업성에 변동은 없는지=사업유형을 변경해도 사업성은 양호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유는 2가지다. 먼저 수직증축으로 기존동의 최상층에 3개층을 증축할 필요가 없어 비용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 수직증축시 추가하중을 분산해낼 수 있는 파일보강을 동반해야했지만, 별동·수평증축의 경우 구조보강에 들어가는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당초 계획했던 일반분양분 가구수에도 변화가 없다. 한솔마을5단지는 단지 내 여유 부지를 활용한 별동증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솔마을5단지 전경[사진=이혁기 기자]
한솔마을5단지 전경[사진=이혁기 기자]

▲리모델링사업 완료 후 주거환경 부문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은=리모델링사업 완료 후 각 단지 내 최첨단 IT시스템과 골프, 헬스 등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시설도 조성될 전망이다. 주차공간도 확충할 예정이다. 현재 단지 최대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는 부족한 주차공간은 모두 지하화를 계획했다. 지하 3층까지 주차장을 확보해 가구당 1.46대1의 비율로 주차가 가능해진다. 지상은 각종 조형물과 조경수 등이 어우러진 조경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고, 산책도 가능하다. 지상에 차량이 이동하지 않아 교통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

▲한솔마을5단지가 위치한 분당은 입지조건이 뛰어나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입지조건을 자랑하자면=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살기 좋다는 의미다. 이곳에 위치한 한솔마을5단지는 학군·교통 등의 측면에서 우수한 입지조건을 자랑한다. 먼저 한솔마을5단지가 위치한 정자동은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일대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학원 등 교육시설이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의 경우 지하철 분당선과 신분당선을 관통하는 정자역을 통해 서울 강남권으로 20분 내 진입이 가능하다. 입주시에는 판교역과 정자역을 잇는 트램 정류장이 단지 앞으로 들어선다. 인근에 탄천이 흐르고 있고, 형제산, 불곡산, 정자공원 율동공원, 분당중앙공원 등이 가까워 친환경생활도 가능하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향후 예상되는 사업 진행 일정은=4월 중 수평증축으로의 사업유형 전환을 골자로 한 건축심의를 받은 후 이르면 9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시공자와의 본계약이 진행될 것이고, 분담금 확정 총회를 거쳐 이주 및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주 및 착공시기는 2021년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원활한 리모델링사업 진행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제도적 장치가 있다면=현 정부의 주요 국책사업 중 한 가지는 도시재생이다. 리모델링도 기존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도시재생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공공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동반될 경우에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도시재생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성 확보에만 중점을 두면서 업계 전반을 침체시키고 있다. 안전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수직증축과 동시에 구조보강이 이뤄지기 때문에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분당 등 신도시에서의 리모델링은 상징성이 크다. 그만큼 안전성검토 등 안전규제를 강화하면서 안전성 확보만 강조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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