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지난 수년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공자 수주전에서 ‘절대 강자’는 없었습니다.

도급순위 10위권 이내의 대형 건설사들은 서울 강남 등 비교적 사업성이 높은 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전쟁’을 치렀습니다. 신규 공공택지 공급이 줄어들자 중견 건설사들까지 정비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비사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비사업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삼성물산이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몇몇 현장에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실제 입찰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또 다시 ‘간보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물산의 복귀 의지가 강력해 보입니다. 지난 1월 22일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이 참여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것도 현장설명회 현장에 첫 번째로 도착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수주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에서는 현장설명회 보증금도 가장 먼저 납부하면서 ‘이번엔 진짜’라는 항변을 대신했습니다.

지난달 25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은 현설보증금으로 10억원 납부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에 삼성물산은 지난달 17일 다른 건설사들보다 먼저 10억원을 조합에 납부했습니다.

만약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10억원은 조합에 귀속될 예정입니다. 아무리 국내 1위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10억원을 그냥 날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실제로 이미 삼성물산 내부에서도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확정했다고 합니다.

삼성물산의 한 수주 담당 임원은 “입찰에 참여할 의지가 없다면 현설보증금을 납부할 이유가 없다”며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 다수의 현장을 입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12월 서초 무지개아파트의 수주전을 끝으로 정비사업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삼성물산. 약 4년여만의 재등판으로 올해 정비사업 수주전은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설사들에게는 부담이겠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나게 됐습니다. 그것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선택지가 말이죠.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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