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사업기간을 사업계획에 포함할지는 조례에 맡겨져 있다는 점, 기간 내에 사업을 완료하지 못할 우려가 있을 때는 기간연장을 위해 미리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실무라는 점, 기간 도과 이후 기간연장이 이루어진 것을 빌미로 제기된 소송 덕분에 사업기간 도과의 효과에 관한 여러 해석론이 등장하였으나 사업기간을 사업계획의 유효기간으로 보아 기간 도과로 사업계획이 장래를 향하여 소멸한다는 전통적 판례 입장과 사업기간을 사업계획의 유효기간으로 볼 수 없다는 비교적 최근의 판례 경향의 대립만이 의미 있다는 점, 대립하는 두 해석론은 사업기간 도과 후 기간연장 만을 위한 간이한 사업계획변경이 가능한지를 두고 결론을 달리한다는 점 등을 살펴보았다.

전통적 판례 입장에 따르면 기간 도과로 사업계획이 장래를 향해 실효하기에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용과 형식, 절차 등 모든 측면에서 요건을 갖춘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따라서 기간연장만을 내용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한대도 그 변경은 사업계획으로서의 실체가 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에 기초한 사업시행도 불가능하다.

최근의 판례 경향이 이러한 전통적 논리를 수정하려는 것은 장기간 시행되는 정비사업의 특성과 사업기간에 관한 법령의 규율체계를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업기간이 사업계획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고려할 때 단순한 사업기간 도과로 사업계획 자체의 실효를 논하는 것은 현실적·규범적 균형감각에 도무지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통적 판례가 사업기간 도과로부터 사업계획 실효의 결론을 도출했던 것은 주로 기간도과에 따른 수용권 상실 현상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간이 도과하면 수용권이 소멸하고, 수용권이 소멸한 이상 현실적으로 공익사업의 시행이 불가능해져 특별히 사업계획만의 효력을 별도로 이어갈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입장은 10년 이상 장기에 걸치는 정비사업의 연속성이나 도시정비법령의 사업기간 규율 방식과 조화가 어렵고 정비업계의 실무적 관행이나 감각과도 괴리가 크다.

게다가 수용권의 발생과 존속을 위한 ‘사업인정’(수용권이 부여되는 공익사업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사업계획의 소멸이라는 결론으로 비약해 개념적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도 투박하다.

사업계획의 내용적 실체는 결국 건축허가나 주택사업허가를 근간으로 한다. 사업계획의 실현을 위해 사업시행자에게 수용권을 부여하는 ‘사업인정’은 사업계획과는 실체적·개념적·연혁적으로 구분되어왔고 규범적으로도 분리되어 있다.

최근의 판례가 사업기간 도과로 사업인정의 효력, 즉 수용권이 상실될 뿐 사업계획 자체는 실효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도 따지고 보면 판례변경이라기보다 법리의 정돈 내지 이론적 발전에 가깝다. 실체적, 개념적, 규범적으로 구분되며 마땅히 구분되어야 할 실익도 있는 ‘사업계획’과 ‘사업인정’을 대충 뒤섞지 말자는 것이다. 개념적 혼란도 바로잡고, 정비사업의 연속성에도 도움이 되며, 법령의 규율체계와도 부합하는데 요령부득의 빈티지 취향이라면 모를까 ‘이론적 옛것’을 우기듯 고집할 이유가 없다.

주의할 것은 전통적 판례나 최근의 판례 모두 기간도과로 사업인정의 효력 또는 수용권이 상실된다는 점에 관해선 이론이 없다. 법령의 의미가 뚜렷해 전혀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판례의 취지를 혼동해 기간 도과로 사업계획이 실효되지 않으니 ‘사업인정 효과나 수용권도 상실되지 않는다’는 본말전도의 주장으로 목청 돋우는 이를 혹시라도 마주치면 너무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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