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계획의 다양한 내용 중에는 보통 ‘사업시행기간’이 포함된다. 사업시행에 소요되는 일응의 기간을 예측하여 사업시행계획 수립시 반영하도록 도시정비법령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업시행기간에 관한 법령의 규율 방식이 어쩐지 좀 어정쩡하다. 법은 ‘사업시행기간’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조례로 정하는 사항’이라고만 규정한다. 더듬거리듯 대통령령을 찾아가면 사업시행기간이란 용어가 등장하긴 한다.

그런데 대통령령도 사업시행기간을 직접 사업시행계획에 포함시킨게 아니라 다시 조례에 떠넘기고 있다.

결국 사업기간이 사업시행계획에 포함될지는 최종적으로 조례에 맡겨져 있다. 전국 각지의 시·도조례 내용에 따라 사업기간이 사업시행계획에 포함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는 얘기다.

법령의 홀대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니 사업기간 도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관해 그동안 진지한 논의가 부족했더라도 별로 이상할 게 없다.

실무적으로도 사업기간 내에 사업을 완료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면 기간이 지나기 전에 미리 기간연장을 위해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면 그만일 뿐이어서 기간도과가 심각한 골칫거리로 여겨질 계기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따금 기간도과 이후 기간연장이 이루어지는 문제적 상황이 발생하였고 더 드물게는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연한 결과로 사업기간 도과의 효과에 관해 크게 세 가지 해석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가장 과격한 해석론은 사업기간 도과로 사업시행계획 자체가 소급적 무효로 귀결된다는 입장이다. 소급적 무효이기에 기간연장만을 목적으로 한 후속의 변경계획도 존립의 기초를 잃고 당연무효가 된다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사업기간 도과 그 자체를 문제 삼아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오는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해석론이다.

두 번째는 사업기간을 사업계획 자체의 유효기간으로 보아 기간이 도과하면 사업계획이 장래를 향하여 소멸한다는 해석이다. 사업계획이 효력을 잃기에 기간연장만을 위한 사업계획변경을 인정할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시기적으로 보아 앞서 등장하여 전통적 혹은 주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법원의 입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사업기간은 조합이 임의로 정할 수 있고, 사업진행 중에도 사업의 추진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계획 자체의 유효기간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사업기간이 도과해도 사업계획 자체가 실효되지 않기에 기간연장만을 위한 후속의 변경계획에 한 점의 하자도 있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시기적으로 보아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여 힘을 얻고 있는 법원의 입장이다.

사업기간 도과는 사업시행계획에 처음부터 존재하던 하자가 아니라 사업계획 성립 후 후발적으로 발생한 사유에 불과하기에 막연히 사업계획의 소급적 무효를 주장하고 나서는 첫 번째 해석론은 법률가의 세계에서는 함량미달이다.

궁극적으로 선택을 두고 고민해볼 가치를 가진 해석론은 사업기간이 사업시행계획의 유효기간이어서 기간도과로 실효된다는 전통적 입장과 반대로 사업기간이 도과해도 사업시행계획이 실효될 이유가 없다는 비교적 최근의 법원 입장이다.

대립하는 두 입장이 소송결과에까지 극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기간도과 후 기간연장 만을 위한 간이한 사업계획변경이 가능한지를 두고 결론을 달리하게 되므로 어느 견해가 옳은지 가늠하는 것은 법 이론적 관심뿐만 아니라 실질적 분쟁 해결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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