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달익호’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이하 한주협)가 새롭게 출범했다. 전국 추진위원회와 조합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비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앞장서 온 한주협이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하고, 공식적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신임회장으로는 서초구 방배3구역의 손달익 조합장이 선임됐다. 손 회장은 그동안 방배동 재건축연합회를 통해 재건축사업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서초구 일대에서는 앞선 사업추진과 모범적인 운영으로 재건축사업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추진위·조합 임직원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손 회장을 만나 재건축·재개발 시장 상황과 현실에 대해 알아보고, 한주협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추진위ㆍ조합 당면한 문제 해결에 포커스

열악한 집행부 임직원 처우개선책도 마련

단생단사 신념으로 대동단결 이끌어낼것


“부동산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됐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물론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등과 같은 규제를 폐지한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규제 대못이 뽑혔다는 상징성도 있죠. 하지만 일선 추진위나 조합들은 여전히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공관리·정비기반시설 설치·인허가 지연 등과 같은 규제들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는 ‘정비사업의 손톱 밑 가시’와 같은 규제를 철폐해 나갈 것입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추진위·조합 임직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한주협의 최종 목표입니다.”


손달익 신임회장은 디테일의 힘을 강조했다. 껍데기뿐인 규제 완화가 아닌 각각의 재건축·재개발구역들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협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무실한 대형 규제를 폐지하기 보다는, 실무에서 발생하는 ‘손톱 밑 가시’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달 4일 취임식에서 ‘단생산사(團生散死)’를 강조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격언. 현재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침체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추진위·조합이 뭉치지 못하고, 흩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혹은 조합원들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작 추진위나 조합은 협회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의 추진위·조합이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정비사업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추진위·조합 임직원의 전문성 부족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비사업은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지식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일선 현장에서 협력업체나 행정청에 휘둘리는 것은 안타깝게도 임직원들의 전문지식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며 “전문성이 부족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비대위 등에게 사업 반대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주협에서는 정비사업 공익아카데미와 정기수요강좌 등을 통해 조합의 전문성 함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강의와 교육이더라도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협회의 힘은 추진위·조합… 함께 단합하면 길이 보인다”


“추진위원장, 조합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똑같은 단계를 거치고 경험을 했습니다. 혼자서 힘들고, 아파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협회는 힘들고 아픈 분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해결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손달익 회장은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가 일선 추진위·조합들의 치유사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함께 하는 협회’를 모토로 재건축·재개발사업의 활성화를 앞당기겠다는 목표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전국 추진위·조합을 대표하는 회장직을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많으셨다고 들었는데=‘서울 강남재건축 조합장’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저보다 능력 있고, 성품이 훌륭하신 분들이 많다. 고민도 많이 했다. 한 구역의 재건축을 책임지는 자리에서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조합장이다. 협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전국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조합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재건축사업을 추진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협회를 운영한다면, 많은 추진위·조합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족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남들보다 한발 더 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각오로 회장직을 수락하게 됐다.


▲현재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은 어떤 상황이라고 보시는지=정부에서도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분명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사업비용이나 미분양 등의 문제로 사업추진이 어려운 구역이 많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시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제도 개선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부터는 정비사업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치권의 합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부분 폐지·유예됐다. 아직도 개선할 정책이나 제도가 있나=일명 ‘대못 규제’라고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해결됐다. 하지만 정비사업과 관련된 규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사업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디테일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로 공공관리제도를 들 수 있다. 취지 자체는 좋다고 본다. 하지만 방법에서 문제가 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 선정이 가능해지면서 사업비용 문제로 많은 조합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또 서울시의 정비사업 등 표준행정업무 규정도 문제다. 직원들의 출퇴근까지 관리하려 한다. 직원들의 급여를 시나 구청이 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과도한 참견이라고 본다.


▲공공관리 외에 또 다른 문제는 없나=정비기반시설이나 임대주택, 용적률 규제 등도 완화되거나 폐지돼야 할 제도들이다. 재건축·재개발이 활황이던 시기에 도입된 제도가 아직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정비사업은 기본적인 사업성이 뒷받침되어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기반시설, 임대주택 등을 공급하면, 소위 남는 것이 없는 장사가 되어 버린다. 사업성이 부족한 곳에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남시의 경우가 정비사업을 제대로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공자도 선정하지 못했던 구역들이 지자체의 도움으로 원만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다른 지자체들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본다.


▲협회의 역할 중에서 교육 활동에 대해 강조하셨다. 추진위·조합에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정비사업은 전문지식이 없다면 추진할 수 없다. 협력업체가 해줄 것이란 안이한 생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협력업체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행정청과 비대위, 조합원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명분과 지식이 없다면, 사업을 성공하기 힘들다. 한주협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협회의 교육이 분명 사업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추진위·조합 임직원들이 많이 참여해 주길 부탁드린다.


▲전국의 추진위·조합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한주협을 어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협회를 잘 몰라서, 혹은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협회는 추진위·조합의 단체다. 조합원이 조합사무실을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행여 의심스럽다면 협회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들어보시라고 조언하고 싶다. 모르시는 부분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협회와 상담하시길 바란다. 


만난 사람-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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