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 홍길동은 토지를 계약금 3천만원, 중도금 7천만원, 잔금 2억원에 매도하기로 매수인 김갑돌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이 잔금일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이 자동 해제된다”는 자동해제 조항을 두었다.


홍길동은 계약금과 중도금은 정해진 날짜에 받았으나 잔금을 제때 받지 못하였다. 홍길동은 잔금일을 연기해 주면서 김갑돌에게서 “매수인은 잔금을 언제까지 틀림없이 지급할 것을 확약하고, 만일 이때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았다. 김갑돌은 이마저도 어겼다. 


때마침 제3자가 4억원에 이 토지를 매입하겠다고 한다. 홍길동은 김갑돌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매매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되었으니 계약에 따라 계약금은 몰취하고 중도금은 반환해 주겠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대해 김갑돌은 “매도인은 잔금일에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매매계약이 자동해제조항에 따라 저절로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잔금 2억원을 공탁하였으니 토지의 이전등기를 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홍길동에게 보냈다.


홍길동은 김갑돌이 공탁한 돈을 받고 김갑돌에게 이전등기를 해 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제3자에게 4억원에 팔아도 되는가?


김갑돌이 최초의 잔금일에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당시에 매매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된 것은 아니다. 이때는 홍길동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김갑돌의 잔금지급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홍길동은 등기서류를 준비하여 그런 사실을 알려 김갑돌을 이행지체에 빠뜨려야 매매계약이 자동해제된다.



그 후에 새로 정한 잔금일은 다른 이야기가 된다. 홍길동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김갑돌을 이행지체에 빠뜨려 자동해제를 주장할 수 있었음에도 김갑돌을 봐 준 것이다. 김갑돌은 더 이상의 동시이행항변을 포기한 것으로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 홍길동은 최종 잔금일에 잔금을 받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도 자동해제를 주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홍길동은 계약금을 몰취하고 제3자에게 토지를 매도하여도 상관없다. 

계약관계는 쌍방을 둘러싼 다양한 사정이 반영되어 해석된다. 어떤 경우에 어떤 법률효과가 생긴다고 도식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이런 경우를 일반인들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표현한다. 법률가 입장에서 볼 때 대부분의 경우 그 말은 틀렸다. 법률가들에게도 어떤 경우를 특별한 사정으로 보아야 할 지, 그때는 법률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가 가장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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