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 해산동의서 양식과 관련하여 1심 법원이 2012년 법 개정 이전의 해산동의서는 인감날인과 인감증명서 첨부로도 적법하다고 인정하였음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1심 법원의 이와 같은 판단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왜 그럴까. 우선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의 해산동의를 통한 조합설립인가 취소 제도가 도시정비법에 처음 등장한 때를 확인해 보자. 2012년 2월 1일이다. 그러면 해산동의서는 이러이러한 형식으로 작성해서 제출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은 언제 생겼을까. 역시 2012년 2월 1일이다. 


이게 무슨 뜻인가. 조합 해산동의서가 법적으로 의미있는 것으로 인정된 것이 2012년 2월 1일부터이고 그 해산동의서는 반드시 자필서명과 지장날인의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해산동의서를 2012년 2월 1일 이전에 작성된 것과 2012년 2월 1일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나누어 이전에 작성된 해산동의서는 인감날인과 인감증명서 첨부 형식이, 이후에 작성된 해산동의서는 자필서명과 지장날인의 형식이적용된다고 해석한 1심 법원의 판단이 왜 문제인지 이제 슬슬 감이 와야 한다. 


2012년 2월 1일 이전에 작성된 해산동의서는 아무리 많이 모아도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법적으로 해산동의서를 통한 조합설립인가 취소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산동의서는 조합설립인가 취소 제도가 처음 설치된 2012년 2월 1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법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형식은 서명과 지장날인, 여기에 신분증 사본 등의 첨부다. 해산동의서 양식에 인감날인과 인감증명서 첨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해산동의서가 법률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그 형식은 오로지 서명·지장날인·신분증사본 등 첨부, 이것 하나였다.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냐고? 인감날인과 인감증명서 첨부도 대충 유효한 동의서로 보아주면 안되겠냐고? 별거 아닌 걸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지 판단하려면 대법원 판결 하나 쯤은 살펴봐줘야 한다. 


“도시정비법 상의 재개발조합 설립에 토지등소유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요구하고 그 동의서를 재개발조합설립인가 신청시 행정청에 제출하도록 하는 취지는 서면에 의하여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여부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동의 여부에 관하여 발생할 수 있는 관련자들 사이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아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재개발조합설립인가 신청시에 제출된 동의서에 의하여서만 동의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하도록 함으로써 동의 여부의 확인에 불필요하게 행정력이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한 데 있다. 따라서 재개발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받은 행정청은 재개발조합설립인가의 요건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동의의 내용에 관하여는 동의서에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각 호의 법정사항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동의의 진정성에 관하여는 그 동의서에 날인된 인영과 인감증명서의 인영이 동일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각 심사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 기준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동의서에 대하여는 이를 무효로 처리하여야 하고, 임의로 이를 유효한 동의로 처리할 수는 없다.”


2010년 1월 28일에 선고된 2009두4845 판결이다. 문장도 길고 표현도 다소 어렵다. 간단히 풀어 보자면 ‘동의서는 법에 정해진 양식대로만 작성해라. 그렇지 않으면 무효다’라는 뜻이다. 


이제 결론을 내려 보자. 해산동의서는 반드시 법에서 정한 형식을 따라야 하는가. 대법원에 따르면 그렇다. 인감날인과 인감증명서 첨부는 법에서 정한 해산동의서 형식인가? 법에 따르면 아니다. 그렇다면 인감날인에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해산동의서는 무효인가? 1심 법원과는 다른 결론이라 조심스럽지만 역시 무효로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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