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이나 조합임원 선임 안건의 의결은 공정성이 제1의 가치이다. 선임 안건의 처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때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이나 업무집행이 선거관리규정이나 정관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테면 법정정족수에 미달한 대의원회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가 선거관리위원으로 선임되는 것 등이다. 이럴 경우 선거관리와 관련한 하자가 선임결의의 효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조합의 선임결의 역시 본질적으로는 선거에 관한 사항이기에 선거의 효력에 관한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선거의 무효가 주장된 사안에서  “선거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고, 그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선거의 전부나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이며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라고 함은 선거인들이 자유로운 판단에 의하여 투표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하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함은 선거에 관한 규정의 위반이 없었더라면 선거의 결과, 즉 후보자의 당락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를 말한다”(대법원 2004수54 판결 등)고 판시하였다.


찬찬히 살펴보면 법규위반이 실제 선거의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선거 무효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가 선거의 실질에 천착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실질적 해석론은 선거 자체를 무효로 돌릴 만한 사유인지 여부를 가리려면 결국 법규위반의 측면에서나 선거결과의 측면에서나 공히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라는 기본이념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법리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록 공직선거법 사안에서 형성된 것이긴 하지만 모든 선거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법리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이에 대법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재건축·재개발조합의 임원 선출에 관한 선거관리 절차상에 일부 잘못이 있는 경우에, 그 잘못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하여 선출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참작하여 선출결의의 무효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다100258 판결 등)고 직접 선언하기에 이른다. 공직선거법 사안에서 확립하였던 법리를 명시적으로 정비사업 분야까지 확장한 셈이다.


따라서 서두에 언급되었던 상황, 즉  조합원 아닌 자가 선거관리위원으로 선임되었다거나, 법정정족수에 미달하는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었다거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서면결의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 선임결의를 무효로 단정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러한 대법원의 법리를 선거관리 태만에 대한 면죄부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선임총회의 개최금지를 구하거나 선임결의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등 가처분 소송에서는 본안소송보다 훨씬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어 선거관리의 불공정을 이유로 인용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공정한 선거관리가 곧 정비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민심이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공정한 선거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언급하는 것은 한낱 사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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