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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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조합장 등 조합임원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내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임원 선임 과정에서 해석 이견으로 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이 공포된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지만, 시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지 않은 탓입니다.


시는 지난달 21일 관내 25개구의 정비사업 관련 부서에 ‘도시정비법 개정에 따른 조합임원 피선거권 안내’라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과 현행 도시정비법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해석례를 통해 조합에 안내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실제로 현행 도시정비법 제41조에 따르면 “조합장은 선임일부터 제74조제1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때까지 해당 정비구역에서 거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조합임원의 경우에는 △정비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자로서 선임일 직전 3년 동안 정비구역 내 거주기간이 1년 이상 △정비구역에서 위치한 건축물 또는 토지(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를 5년 이상 등의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시 정비사업 표준선거관리규정에는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인가일 현재 사업시행구역 안에서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자 △재건축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한 자로서 피선출일 현재 사업시행구역 안에서 최근 3년 이내에 1년 이상 거주한 자 또는 5년 이상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를 소유한 자 등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법에서는 조합장의 경우 선임일부터 관리처분인가일까지 구역 내 거주해야 하지만, 표준선거관리규정에는 해당 내용이 없는 것입니다. 또 재개발(도시환경과 통합)의 경우에도 1년 거주의 3년 선행요건도 표준선거관리규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시는 법령 개정으로 변경돼야 할 경우 개정절차에 관계없이 변경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임의 규정이 아닌 강행 규정인 경우에는 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라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이번 공문으로 조합임원의 피선거권에 대한 논란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시의 늑장행정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행에 들어간 도시정비법은 지난 4월 개정·공포돼 10월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에 6개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국회에 의안이 접수된 지난해 11월부터 계산하면 1년 가까운 여유기간이 있었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표준선거관리규정은 여전히 2017년 7월에 머물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2월 도시정비법이 전부 개정됐음에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규정에 명시된 법령 조항이 전부 어긋나있다는 의미입니다. 표준선거관리규정은 시가 자체적으로 제정해 사실상 조합에 의무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령 개정에 맞추지 못할 규정이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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