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관의 경미한 변경에 관하여 주로 다투어지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는 것. 그 중 ‘조합임원 피선임권’에 관한 문제는 도시정비법이 임원 피선임을 위한 소유요건과 거주요건을 직접 규율하는 것으로 개정되면서 정관변경 차원의 논의가 불필요해졌다는 것, 나머지 하나인 대의원 피선임 자격에 관한 정관변경이 경미한 사항인지 중대한 사항인지에 관한 논란은 시행령의 규율방식 탓이라는 것, 시행령은 정관의 경미한 변경사항으로 ‘법 제40조제1항제7호’가 아니라 ‘시행령 제38조제3호’로 표시하여 규율하고 있다는 것 등을 살펴보았다. 


우선 법령의 구체적인 규율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자. ‘법 제40조제1항제7호’는 “대의원의 수, 선임방법, 선임절차 및 대의원회의 의결방법”이고 ‘시행령 제38조제3호’는 “대의원회의 구성, 개회와 기능, 의결권의 행사방법 및 그 밖에 회의의 운영에 관한 사항”이다. 


이 같은 시행령의 규정형식에 기대어 일선 행정청에서는 ‘법 제40조제1항제7호’에 정한 사항은 중대한 변경, 시행령 제38조제3호에 정한 사항은 경미한 변경이라는 도식화된 해석론을 적용하여 소유요건이나 거주요건 등 대의원 피선임 자격에 관한 사항을 대의원 선임방법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 중대한 변경절차로 처리하도록 요구한다. 


중대한 변경인지, 경미한 변경인지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 발생할 때 가급적 보수적으로 중대변경 절차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행정청의 보수적 해석경향에 비추어 이해 못할 바 아니며 심지어 불가피해 보이기조차 한다.
그러나 행정청의 형식적 해석론에 찬성하기는 어렵다. 도시정비법이 정한 정관사항과 시행령이 정한 정관사항이 뚜렷이 구분되어 각각 별개의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이 정한 ‘조합의 명칭’과 시행령이 정한 ‘정비사업의 종류 및 명칭’이 뚜렷이 구분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정비사업의 종류와 명칭의 변경은 필연적으로 조합의 명칭 변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법이 정한 ‘조합의 회계’와 시행령이 정한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회계에 관한 사항’은 또 어떤가. ‘조합의 회계’ 중에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회계에 관한 사항’이 아닌 것이 있기나 할까 싶다. 


법에서 말하는 ‘임원업무의 범위’와 시행령이 말하는 ‘임원업무의 분담’도 구분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법이 말하는 ‘대의원의 선임방법’과 시행령이 말하는 ‘대의원회의 구성’이 반드시 다른 개념이며 변경절차 역시 엄격히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옳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게 된다. 


도시정비법 제40조제4항은 정관의 경미한 변경사항을 전적으로 시행령에 맡기고 있다. 법이 직접 3분의 2 이상의 조합원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는 사항 외에는 시행령이 얼마든지 경미한 사항으로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이 정한 사항과 시행령이 정한 사항을 양단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경미한 사항에 관한 규율이 전적으로 시행령에 위임됐다는 사실만 상기한다면 행정청이 법을 오랫동안 쳐다보며 갈등할 이유가 없다. 경미한 사항에 관한 시행령 해석에 충실하면 그만이니까. 


소유요건이나 거주요건 등 대의원의 피선임 자격에 관한 문제는 ‘대의원회의 구성’에 관련된 사항인가. 이 물음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면 경미한 사항으로 처리하면 된다. 그뿐이다.


박일규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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