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을 통해 새 집 얻기를 기다려온 조합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정비구역이 해제되는 것이다. 정비구역이 해제·고시되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것으로 보게 되어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된다. 사업이 많이 진행된 상태일수록 조합원들이 입는 손해는 클 수밖에 없는데 사업에 소요된 비용들은 차치하더라도 자산가치의 하락과 낡은 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오랜 희망의 상실이 뼈아프다.


그런데 현재 시·도별로 조례에 각기 다른 해제 기준을 두고 있어 한 나라 안에서도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조합원들의 운명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조례는 ‘토지면적(국·공유지 제외) 50%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에 따른 요청을 정비구역 해제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조례는 적법한 것일까.


▲법률우위의 원칙 위배=시·도조례가 정비구역 해제 기준을 두는 근거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1조제1항이다.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토지등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제1호) 또는 ‘정비구역등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호)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등을 해제할 수 있으며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구체적인 기준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시·도조례로 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토지소유자의 정비구역 해제 동의 여부는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을 뿐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부담 또는 사업 목적 달성 가능성과 무관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조례는 위 규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정비법의 규정 체계 위반=도시정비법은 기본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의 동의로 각 단계별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토지소유자’의 동의가 요구되는 경우에도 이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등과 함께 요구된다). 나아가 금년 4. 23. 개정되어 10. 24. 시행 예정인 도시정비법 제21조제1항제5호 내지 제6호 또한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 동의로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토지소유자’만의 의사를 정비구역 해제 기준으로 삼은 것은 법의 체계에 반할 소지가 있다.


한편 국·공유지를 제외하고 토지소유자의 동의율을 산정하도록 규정한 것도 문제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 등을 위한 ‘토지소유자’ 동의 요구 시 국·공유지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에 따르면 국·공유지가 많은 구역일수록 소수 토지소유자의 의사로 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 


▲신중한 정비구역 해제 처분의 필요성=향후 법원에서 이와 같은 조례가 위법·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나오기까지 정비구역 해제 처분의 적법성에 관하여 긴 시간 분쟁이 계속될 것이다. 이에 정비구역 지정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 


도시정비법 제21조제1항은 시·도조례에 따라 바로 정비구역을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례 역시 별도 규정을 두어 토지소유자의 동의 외에도 조합원들의 의사, 추진상황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토지등소유자들의 의사, 추진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한 뒤 법이 정한 목적과 취지에 따라 정비구역 해제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만약 이러한 고려 없이 일부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여 바로 정비구역을 해제한다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되고 말 것이다.

김지연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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