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입장에서 건물명도는 1년 농사에서의 수확 직전 최종 마무리 작업과도 같다. 오랜 기간 숨가쁘게 달려온 사업추진이 결실을 맺기 위해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기에 그렇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오던 조합도 명도소송에서 여러 난관을 만나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거이전비 지급이 선이행되어야 할까=건물명도소송에서 현금청산자들은 대부분 주거이전비 지급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항변을 한다. 건물명도에 있어서 주거이전비 지급이 선이행되어야 하는지 여부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특히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2019.4.선고)로 주거이전비 지급이 선이행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보이나 대법원의 판단이 있기 전까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더욱이 기존 대법원의 주거이전비 보상청구권은 공법상의 권리로서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절차에 의하여야 한다는 판결과 주거이전비 지급과 건물명도의무는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동시이행이 아니라고 본 판결은 변경된 바 없다. 만약 건물명도소송에서 주거이전비 선이행 항변을 인정한다면 민사소송의 행정소송화를 초래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 주거이전비도 반드시 수용재결을 거쳐야 할까=A재개발조합은 건물명도소송 중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자에 대하여는 토지보상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한 금액을 모두 선공탁하였다. 그런데 일부 현금청산자들이 주거이전비에 대하여 수용재결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위 공탁은 무효라는 주장을 하였다. 과연 주거이전비 공탁은 무효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A조합의 주거이전비 공탁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유효한 지급에 해당한다.


①토지등에 대한 손실보상과 주거이전비의 보상은 그 성격을 달리하므로 ‘토지등’의 수용·사용에 따른 보상협의 및 재결신청과 토지수용위원회의 권한 등에 관한 토지보상법상 여러 규정이 주거이전비 보상에 대하여도 당연히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②주거이전비 역시 수용재결의 대상이 되기는 하나 이는 사업시행자가 주거이전비에 대한 재결을 신청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고 재결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현금청산자는 직접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주거이전비 보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에서 재결이 없는 경우 주거이전비 보상청구는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주거이전비 지급에 있어 재결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2007다8129 판결). 최근 서울고등법원도 현금청산자들에게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주거이전비에 관한 재결신청을 청구할 수 있는 법규상·조리상 근거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사업시행자가 재결을 신청하지 않은 부작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2018.선고).


즉 현금청산자에게 주거이전비에 관한 재결신청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A조합은 반드시 재결을 거쳐서 주거이전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고(위 사례에서는 현금청산자들이 A조합에 주거이전비에 관한 재결신청을 청구한 적도 없었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산정한 주거이전비를 공탁하거나 지급하면 족하다. 만약 현금청산자들이 그 구체적인 액수에 관해 다투고자 한다면 별도의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을 통하면 된다.


▲조속한 명도 차원에서 전략적 주거이전비 지급이 요구=건물명도소송을 진행 중인 조합으로서는 주거이전비 지급이 선이행인지에 관한 법리적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명도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 대상자들에게 주거이전비를 먼저 지급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법리 다툼을 하며 몇 달을 소요하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마지막 1세대를 인도받아 철거 및 착공에 들어가는 것이 막대한 사업비 이자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상자 및 구체적인 금액에 관한 정확한 법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고 퍼주기식 지급이 아닌 단체법적인 조합 업무의 특성상 일관된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혜연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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