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합은 총회 개최를 준비하였는데 이른바 ‘비대위’가 개최 예정일 5일 전에 총회 개최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신청서를 송달받자마자 심문기일이 잡혔고 비대위의 주장이 부당함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처분 인용결정을 받고 말았다. A조합이 예정대로 총회를 개최한다면 가처분에 반하여 개최한 것이어서 그 결의가 바로 무효가 될까.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개최금지가처분 결정=통상 총회 개최금지가처분 신청은 개최 예정일 직전에 이루어진다. 조합 정관 상 개최 14일 전 게시판 게시 및 7일 전 등기우편 발송으로 소집통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총회 개최 사실을 더 일찍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이 들어오면 법원은 급히 심문기일을 잡게 되고 임박한 개최 예정일에 쫓겨 결정을 내리게 된다. 총회를 소집하는 측에서는 이 과정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고 적절한 방어를 하지 못한 채 인용결정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인용결정을 다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그런데 한 번 인용결정이 난 후에는 이의신청 등을 통하여 이를 취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통 이의신청 등에 따른 결정이 나기 전에 개최 예정일이 도과하고 마는데 이 경우 더 이상 이를 다툴 이익이 없어 각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할 때 총회 개최금지가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총회를 개최해서는 안 되고 만약 개최하면 그 결의가 바로 무효라고 보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발생시킨다. 


▲개최금지가처분의 효력=그렇다면 개최금지가처분에 반하여 개최한 총회 결의도 효력이 인정될 수 있을까. 먼저 개최금지가처분의 효력부터 살펴보자. 개최금지가처분은 통상 특정한 일시에 총회를 개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즉 총회가 아직 개최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정된 총회의 개최를 금지하는 것이다. 만약 총회가 개최된 경우에는 어떨까. 이 때에는 개최금지가처분의 효력이 상실된다. 개최금지가처분은 말 그대로 개최를 금지하는 효력을 가질 뿐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개최금지가처분이 그에 반하여 개최된 총회 결의를 직접 무효화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가처분이 있었더라도 추후 피보전권리가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진 경우에는 가처분에 반하는 행위의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또한 개최금지가처분의 존재가 총회 결의의 효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총회 결의의 효력은 별도로 판단=결국 개최금지가처분과 총회 결의의 효력은 별개로 보아야 한다. 개최금지가처분의 피보전권리, 즉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할 만한 하자가 있다면 총회 결의는 당연히 효력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하자가 없음에도 이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하여 개최금지가처분이 이루어졌다면 가처분과 관계없이 총회 결의는 유효하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또한 잘못된 전제 하에 내려진 총회개최금지가처분은 실질적으로 효력이 없고 따라서 예정대로 개최된 총회 결의는 총회개최금지가처분의 피보전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어서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A조합 총회 결의의 효력=총회 소집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리고 조합의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위하여 해당 시점에 반드시 개최되어야만 하는 총회도 존재한다. 이 때에는 부득이 총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할 만한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이며 이러한 하자가 없다면 얼마든지 그 결의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김지연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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