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서는 조합설립동의를 받기 전 토지등소유자에게 추정분담금에 관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 추정분담금 통지제도와 관련하여 ①조합설립동의가 의제되는 추진위원회 구성 동의자들에게도 추정분담금을 통지하여야 하는지 ②추정분담금 통지 후 추진위 구성동의자로부터 별도로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여야 하는 것인지 ③추진위 구성 동의자들에게 조합설립동의에 관한 실질적 의사를 보장하려는 추정분담금 통지제도의 취지를 관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이슈가 있다는 것, 첫 번째 이슈에 관해 추진위 구성동의자들에게는 굳이 추정분담금을 통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있으나 추정분담금 통지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이들도 당연히 통지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옳다는 것, 두 번째 이슈에 관해 추진위 구성동의자들도 추정분담금 통지대상으로 보는 이상 별도로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야 비로소 조합설립동의자로 인정된다는 견해가 있으며 법제처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 등을 살펴보았다.


추진위 구성동의자들도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는 법제처 해석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해석’과 ‘법률’의 충돌이다. 법률해석은 ‘법률’을 전제하고 있기에 운명적으로 해석이라는 정신활동의 기초이자 대전제인 ‘법률’을 부정하거나 뛰어넘을 수 없다. 대전제인 ‘법률’을 부정하거나 초월하는 것은 ‘해석’의 존립근거를 해석자 스스로 허무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한계를 넘는 해석활동은 연쇄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을 초래한다. 법제처의 해석에 따르면 추정분담금 통지제도가 도입된 이상 추진위 구성동의자들도 예외 없이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추진위 구성동의자들의 조합설립동의를 의제하는 도시정비법 규정은 무력해진다. ‘해석’에 의해 조합설립동의의제에 관한 도시정비법 규정이 폐지되는 셈이다. 행정청이 해석활동을 통해 법률개정의 효과를 누리게 되면 삼권분립을 대한민국의 근본 운영체계로 채택한 헌법이 무색해진다. 에두르지 않고 표현하자면 ‘위헌적 법률해석’이란 뜻이다.


여전히 법제처 해석이 옳다고 믿는 입장에서는 이런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법제처가 어쩌다보니 해석을 통해 입법부 역할을 자임한 듯 보이지만 조합설립동의 의제에 관한 규정이 사문화되는 것은 추정분담금 통지제도를 새로 도입한 입법부 스스로의 법률개정에 의해 빚어진 불가피한 현상이고 법제처는 다만 입법자의 법률개정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법률규정 간 충돌과 모순을 ‘신법우선 원칙‘을 적용해 원만히 해결하였을 뿐이다.” 


이 반론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려면 ‘법률규정 간 충돌과 모순’의 존재가 논증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조합설립동의 의제규정과 추정분담금 통지규정 사이의 충돌과 모순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두 규정 간 조화로운 해석에 전혀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추정분담금 통지를 받은 추진위 구성동의자들에게 조합설립동의에 관한 실질적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은 이미 도시정비법이 마련해 두고 있다. ‘반대의사 표시’의 기회다. 추진위 구성동의자들의 조합설립동의를 의제하되 추정분담금 통지를 받은 이후 반대의사 표시 기회를 보장하면 의제규정과 통지규정이 아무 충돌 없이 각각의 규범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규정 간 조화로운 해석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능한데 굳이 규정 간 모순과 충돌을 전제로 하는 무리한 해석론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조합설립동의를 의제하되 반대의사 표시 기회를 주면 충분하다는 해석이 마지막 이슈인 추진위 구성동의자에게 추정분담금 통지제도의 취지를 관철할 방안까지 제공해 주는 건 당연히 따라오는 덤이다.
 

박일규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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