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의 전면개정에 따라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한 일반경쟁입찰을 거치게 되었다. 종래 시공자, 정비업체, 설계자 등 주요한 업체에 국한되었던 선정과정에서의 법적 제한이 협력업체 전반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동안 비교적 정관에 의해 자유롭게 협력업체를 선정해왔던 정비사업조합으로서는 법 개정을 통해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피하기 어렵기 되었다.


어찌 보면 혁명적이라 부를만한 수준의 변화이기에 도시정비법이 부칙을 통해 경과규정을 설치한 것도 당연해 보인다. 부칙의 경과규정은 기존 법률상태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 신법 적용에 따른 규범적 혼란상황을 최소화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이때 구법의 적용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가, 언제부터 신법의 적용을 강제할 것인가의 문제는 위헌의 시비가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온전히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이쯤에서 협력업체 선정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입법자들이 어떻게 부칙내용을 결정하였는지 살펴보자. 도시정비법 부칙 제2조(시공자 등 계약의 방법 등에 관한 적용례): 제29조 및 제32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다만, 시공자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경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시공자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우리 입법자들은 기존 법률상태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개정법 시행 일(2018년 2월 9일) 이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거나(기타 협력업체), ‘최초로’ 선정(시공자와 정비업체)하는 경우부터 신법을 적용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렸다.


매우 명확한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아래에서 문제가 될 만한 각종 사안들을 차례로 검토해보자.


우선 개정 법 시행 이전 전혀 시공자 등 각종 협력업체를 선정하거나 계약체결을 해본 적 없는 사업시행자가 개정 법 시행 이후 비로소 선정이나 계약하려고 시도하는 경우 신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법 개정 이전부터 선정이나 계약을 위한 행위(이를테면 시공자 선정공고나 업체와의 계약을 위한 대의원회 개최 등)를 진행하였는데 정작 선정행위나 계약체결이 완료되는 시점은 개정법 시행일 이후인 경우는 어떨까.
이에 관하여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가진 해석자들은 개정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최초로 ‘선정’하는 경우부터 신법이 적용되므로 비록 법 개정 이전에 계약이나 선정을 위한 사전적 행위를 진행하였더라도 ‘계약 체결’이나 ‘선정’ 그 자체가 개정법 시행 이전에 완료된 것이 아니라면 개정법 시행 이후에 ‘계약이 체결’된 것이거나 ‘선정’된 것이므로 개정법이 적용되어야 옳다는 입장을 개진한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가 개정 법 시행 이전의 법령에 의거해 이미 계약체결 혹은 선정을 위한 행위에 돌입하였다는 것은 개정법 이전의 법률상태에 대한 구체적 신뢰가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개정 전 법률상태에 대한 구체적 신뢰보호가 개정법 부칙 제2조의 근본적 존재이유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적어도 법 개정 전에 계약체결이나 선정을 위한 구체적 행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면 개정법이 아니라 개정 전의 법률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박일규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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