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대는 과거부터 교통요충지로 평가를 받아왔던 곳이다. 강동구의 관문이자 수도권 동부의 교통거점인 탓에 일찍부터 개발이 시작돼 번화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급격한 개발로 인한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천호동 텍사스촌’이 형성되면서 집창촌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온 것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청소년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큼지막한 간판이 걸려있다. 집창촌 인근 지역은 수십년동안 방치된 탓에 우범지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화재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천호동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천호재정비촉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상전벽해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호1 도시환경정비구역은 재정비촉진사업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집창촌이 위치해 있는 구역일 뿐만 아니라 1,000세대에 육박하는 아파트와 260여세의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주상복합으로 변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천호동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천호1 도시환경정비구역의 김종광 조합장을 만났다.


▲지난 1월 천호1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관리처분인가가 고시됐다. 오랜 기간 동안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천호뉴타운지구가 지정된 것이 지난 2003년이니까 무려 15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지난 2006년 추진위원회 승인시점부터 계산해도 13년이다. 사실 그동안 사업을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모르겠다. 워낙 바쁘고 힘들게 지내온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각종 규제와 절차들로 인해 힘든 상황이다.


▲천호1구역의 사업추진 과정에서 조합설립 동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공동 소유자에 대한 동의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공유 토지나 건축물은 대표자 1명을 조합원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즉 공유자 중에서 대표자 1인을 선임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역할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우리 구역의 경우 전체 필지가 171개에 불과하지만, 공유자가 많다보니 무려 463명에 달하는 소유자들이 있었다. 1개 필지에 많게는 152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대표자를 선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조합설립 동의율을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이 바뀌지 않으면 영원히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국토교통부에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해 도시환경정비구역 내 공유지 동의비율 완화를 이끌어냈다. 시행령 개정 이후에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구역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한 사례인데=우리 구역은 재래시장과 집창촌 등이 포함된 특수한 지역이다. 따라서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참여하면 효율성과 공공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합이 사업 전반에 대한 계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SH공사는 관리·감독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사업초기자금도 SH공사가 책임지기 때문에 비용 조달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특히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조합을 투명하게 경영하는 만큼 조합원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행정업무 부분에서도 일정 정도 도움을 받기도 했다. SH공사와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방식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건설될 주상복합 건축물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주상복합이라고 하면 주거시설과 상가가 혼재되어 있어 시끄럽거나,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구역의 주상복합은 주거용 건축물과 상업용 건축물을 별도로 건설해 이러한 단점을 없앴다. 따라서 관리비 등도 철저하게 구분되는 만큼 주거용 소유자가 손해를 입을 일이 전혀 없다. 또 아파트 999세대와 오피스텔 264실이 들어서는 대규모 건축물인 만큼 최고급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전체 세대를 선호도가 높은 판상형으로 구성하고, 대단지에 걸맞는 커뮤니티 시설도 넣었다. 수영장을 비롯해 피트니스 등이 포함됐으며, 단지 인근에 2,000평에 달하는 대규모 공원도 조성한다. 또 단지 내 주차장과 공원 하부 공영주차장을 합치면 주차 대수가 무려 2,200대에 달하기 때문에 상업시설 이용에 따른 주차 걱정도 없게 된다.

▲천호1구역만의 입지적인 장점은 무엇인가=우선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5호선과 8호선의 환승역인 천호역이 위치해 있으며, 서울과 경기도 주요 도시로 이동하는 버스 노선도 갖추고 있다. 천호동 일대가 발전한 이유도 교통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 천호역 인근에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다. 강동구민은 물론 인근 타지역 구민들도 천호동 일대의 상업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찾아올 정도다. 현재 강동구 내에는 고층 건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아마도 최고층의 건축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구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건물은 향후 강동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통해 일반분양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호1구역도 일반분양을 고민해야 할 시기인데=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이나 내부적으로 적정한 일반분양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HUG가 일반분양가격을 통제할 경우 조합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많지 않다. 특히 천호동 일대에서는 주상복합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분양가를 설정할 비교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암사동 등의 일반 아파트 분양가를 토대로 일반분양가격을 통제한다면 조합원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정비사업 자금대출 보증을 받았는데, 조합임원 확약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일반분양분의 분양가격에 대해 공사 내규에 따라 조정할 것을 확약하라는 것이다. 당장 HUG가 일반분양가격을 어떻게 설정할지 모르겠지만, 적절한 분양가 산정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끝으로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그동안 끝이 보이지 않았던 사업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해준 덕분에 사업을 여기까지 이끌어올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조합원이 재정착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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