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가 재건축 세입자 보상대책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예고했다. 한주협은 지난달 20일 서초동 소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재건축·재개발 추진위원장 및 조합장 10여명과 정책자문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 회의를 가졌다. 금태섭 국회의원과 정동영 국회의원 등이 재건축구역 내 주거·상가 세입자에 대한 이주보상을 의무화하는 개정 법안을 제출함에 따라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재건축, 공공성 결여… 세입자 보상은 위헌 요인=안광순 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재건축 세입자 손실보상에 대한 위헌성 여부에 대한 법률적 검토 결과를 내놨다. 


안 변호사는 먼저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세입자의 손실보상금을 인정하지 않는 도시정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금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의 양호·불량 여부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재개발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개발에만 세입자 보상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로, 재건축에도 세입자 보상대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변호사는 세입자에 대한 보상 여부는 ‘공공필요’를 필수적인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은 ‘공공필요’가 필수적인 요건으로 ‘정당한 보상’을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즉 재개발은 기반시설 설치라는 공공성이 있는 만큼 수용권이 주어지는 대신 세입자 등에 대한 보상이 의무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비기반시설이 양호한 재건축의 경우 공공필요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수용권을 부여하지 않는데, 세입자 보상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초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토록 한 부칙 조항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입자 보상대상은 정비계획 수립일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안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오직 세입자 보호의 필요성만 중시하고, 재산권 제한의 필수요건인 ‘공공필요’를 간과해 위헌성이 있다”며 “공법상 손실보상을 세입자에 한정하고 있는데다, 재건축에 수용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체계와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입자 보상·주거이전비 지급 시 비례율 10% 내외 하락=재건축 세입자 등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되면 비례율이 10% 내외로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원성 도원도시재생전략연구소 소장이 서울 마포구의 A재건축구역과 경기 안산시의 B재건축구역에 영업보상비 및 주거이전비를 적용한 결과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세입자 보상금은 3인 가구 기준 평균보상비는 약 2,000만원 수준으로, 주거이전비는 약 860만원이 될 것으로 계산했다. 따라서 A재건축구역은 당초 4,913억원 수준이었던 총 지출추산액이 5,098억원으로 약 184억원 가량의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 또 B재건축구역은 총 지출추산액이 2,491억원 규모였지만, 37억원이 증가한 2,529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추정비례율이 A재건축구역이 기존 100.96%에서 91.64%로 낮아지고, B재건축구역도 100.4%에서 91.56%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소장은 “일부 재건축구역의 분석사례이긴 하지만, 비례율이 약 10% 정도 하락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합원 1명당 약 3,900만~4,400만원 가량의 추가 부담금이 발생해 재정착률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법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물리력 행사도 불사” 강력 대응=한주협은 이번 대책을 통해 재건축 세입자 보상 입법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반대 청원과 항의방문 활동 등을 적극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박순자 의원과의 면담을 신청하고,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30명 등을 대상으로 항의방문 활동을 추진한다. 재건축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개정입법 발의 반대 청원서를 징구하고, 국토교통상임위 간담회 등도 진행할 방침이다. 또 위헌적 벌률 개정으로 주민갈등과 분쟁을 증폭시키고, 추가부담금 폭탄을 안기는 도시정비법 개정입법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도 채택했다.


이날 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원철 금천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국가의 입법기구인 국회의원이 위헌 위험이 있는 개정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헌정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낡은 집을 고쳐 살겠다는 서민의 꿈마저 무참히 짓밟는 국회에 강력히 항의하고, 대책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물리력 행사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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