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임원에 입후보할 기회의 보장은 조합원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다. 그렇다고 누구나 조합임원에 입후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임원으로서의 적격자를 가리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이 각 조합의 상황에 맞게 정관으로 설정된다. 


입후보 제한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보유요건 또는 거주요건이다. 일정기간 이상 해당 정비사업구역내 토지등소유권을 보유하거나 거주한 자에게만 조합임원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장기여서 입후보 기회를 사실상 박탈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지역사정에 밝은 조합원을 임원으로 선출하려는 취지에 비추어 수긍이 가능한 제한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그런데 창립총회에서 최초 정관을 제정하면서 임원 입후보를 위한 소유나 거주요건 충족 여부를 가리는 기준시를 “창립총회일 당시”로 못박고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최초임원 선출을 위해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지만 조합설립 이후 다시 임원을 선출할 때에는 조금 당황스러워진다. 소유요건이나 거주요건의 취지는 지역상황에 정통한 자에게 임원으로 선출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니 선출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고 과거의 특정시점에 불과해진 “창립총회일 당시”를 기준일로 고수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정관상의“창립총회일”을 “선출총회일”로 해석하여 운영의 묘를 살리려는 조합도 있으나 이는 정관해석의 한계를 넘어 정관변경 행위에 근접한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개운치 않다.


앙금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론 정관변경이 유일하다. 이 경우 정관변경을 위한 총회를 먼저 개최하고 이후 임원선임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여야 하는 걸까 아니면 동일한 총회에서 정관변경을 선행안건으로 처리하고 변경된 정관을 적용하여 임원선임 안건을 후행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까.


이는 임원선임 방법에 관한 정관개정의 효력발생시기와 맞닿은 이슈다. 정관변경 효력발생시기를 총회결의시로 본다면 동일한 총회에서 안건의 순서를 조절함으로써 정관의 개정과 개정된 정관을 적용한 선임안건의 처리가 가능하지만 정관개정의 효력발생시기를 행정청의 ‘변경인가시’ 혹은 ‘신고수리시’로 해석한다면 정관의 개정과 개정된 정관을 적용한 임원선임 안건을 결코 동일한 총회에서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일찍이 서울고등법원은 이에 관하여 “경미한 정관변경 사항의 경우 정관규정에 따라 정관변경을 의결한 때 변경된 정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취지로 판시한바 있다. 


임원 선임방법에 관한 정관개정은 경미한 변경이고 행정청의 인가나 신고수리와 무관하게 총회의결시에 효력이 발생하기에 동일한 총회에서 선행안건으로 정관변경을 의결하고 변경된 정관에 의거 후행안건으로 임원선임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도시정비법이 정관의 경미한 변경에 관해 “변경하고...신고하여야 한다”고 표현하기에 신고 이전에 변경이 이루어진다고 본 위 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며 이미 많은 구역에서 정관변경에 관한 실무처리 지침으로 기능하고 있다.


유의할 점이 하나 남아있다. 구역에 따라 정관 말미에 “개정된 정관은 행정청의 인가를 받은 날부터 시행한다”는 취지로 부칙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부칙의 경과규정을 주목한다면 경미한 정관개정도 총회의결시가 아니라 행정청의 인가시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해석론이 유력해진다. 


불필요한 부칙은 삭제하거나 굳이 남겨두려면 경미한 사항과 이외의 개정사항을 명백히 구분하는 것이 옳다. 한 번으로 족할 총회를 두 번 나누어 한다고 박수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테니.
 

박일규 변호사 / 법무법인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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