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과 관련한 최근 하급심의 경향

2025-11-07     윤성민 변호사

정비사업의 추진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명예훼손적 발언을 두고 조언을 자주 요청받는다. 작성자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그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에 대하여 민형사상 대응할 방안은 무엇인지를 물어온다. 

특히 최근에는 대부분의 정보 교류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나 문자메시지 같은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 순간의 판단으로 다수가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적 발언을 하기 쉽게 되고, 이는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증거가 되어 각종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곤 한다. 

물론 명예훼손적 발언이 정비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이라는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이 부정되나, 과연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지는 결국 구체적인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된다. 그렇다면 우리 법원은 인격권(헌법 제10조)과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제1항)라는 두 가치를 어느 지점에서 절충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피해자인 조합장에 대하여 “조합장이 용역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조합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취지로 약 1년 동안 20회 정도의 메시지를 전송한 사안이다. 검사의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기소에 대하여 피고인은 “조합장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로 사실확인을 요구한 것으로 조합 및 조합원들의 알 권리 및 재산보전에 관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변호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메시지를 보낸 경위, 전체 메시지를 보낸 기간 및 발송 간격, 그 내용과 비아냥거리는 듯한 표현 방법, 단체카톡방의 성격 등에 더하여 조합 업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해소와 피해자에 대한 해명 요구가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나 해당 단체카톡방에는 피해자가 참여하고 있지 않았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가 이 사건 조합 업무와 관련하여 ‘사기’, ‘횡령’, ‘배임’의 형사상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그 의심이 합리적인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고 믿었다면 이를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하여 피해자에 대한 수사 개시를 의뢰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만이 모여있는 단체카톡방에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올린 점”을 판단 근거로 설시하며 “피고인이 보낸 메시지의 취지는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인 피해자가 수행한 업무의 적정성을 검증하거나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으므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라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였다.  

이번에는 조합원들에게 전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문제된 사안에 대하여 살펴보자. 이 사건의 피고인은 전임 이사로서 조합 임원 선출을 두고 갈등 관계에 있던 피해자를 비난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작성하여 전체 조합원에게 전송하였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문자메시지에 사용한 ‘조합 직원 채용이 불발되자 앙심을 품고’, ‘일부 조합원들과 결탁해’, ‘마타도어 수법’, ‘개인 사리사욕, 영달을 위해’ 등의 표현이 실제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은 “피고인이 조합원 회의 때 조합장이나 회원들이 이야기 한 내용을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사실인 것처럼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그 문자메시지 전송 경위 등을 참작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평판 등에 불이익한 상황이 조성되기는 원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였다. 즉, 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 절차 없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에 대하여 엄격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명예훼손 금지가처분 신청이 가능할까? 이 사안은 조합 임원들과 정비사업 추진방향 등에 관한 견해 차로 인한 갈등관계에 있던 조합원이 특정 조합원의 성명, 사진, 약식기소 사실 등을 기재한 게시물을 아파트 입구, 벽면 등에 부착하고, 나아가 조합 임원들의 업무수행을 비판하는 취지의 현수막, 벽보 등을 게시한 사안이다. 이 사안에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즉시 게시물을 모두 철거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막, 벽보, 사진 게시 등 명예훼손행위의 금지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채무자의 이 사건 게시물은 채권자의 명예를 상당히 훼손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게시물은 채무자가 자의로 철거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게시물과 함께 철거하였던 것으로 다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채무자가 이 사건 게시물과 유사한 현수막, 벽보 등을 재차 게시할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가처분으로 이와 같은 행위를 금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된다”라며 그 신청을 인용하였다. 

즉,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미 게시물이 철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재차 게시물을 게시할 개연성이 있음을 이유로 사전적으로 이러한 게시행위의 금지 가처분을 발령하였는 바, 비록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나 특정인의 실명 및 사진과 약식기소 사실을 공개하는 행위는 다소 지나친 행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일련의 최근 하급심 판례들에 비추어 보면, 우리 법원은 명예훼손적 발언이 진정으로 업무의 적정성을 검증하거나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적인 토론을 제기하기 위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사실관계의 확인을 충실히 거친 것인지,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은 아닌지를 엄격하게 살펴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론의 장에서 발언을 하는 경우에는 항상 이와 같은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