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지정 권한 지자체 이양 ‘동상이몽’

정 구청장 “자치구에 권한 위임 요청” 오 시장 “동일 생활권… 되레 엇박자” 공급 병목 해결책 vs 선거 앞둔 견제구 신통 빠르지만 대기표 뽑는데만 하세월

2025-11-03     박노창 기자
[사진=Ai 생성 이미지]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방안을 두고 여야의 셈법이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의 주택공급 병목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시장을 겨냥한 방편이라며 깎아 내리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의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지난달 28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성수1구역 재건축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구역지정 권한 자치구 위임’을 정식으로 건의하면서 힘을 보태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주택시장안정화 TF 단장을 맡고 있는 한정애 의원은 “경기도는 기초자치단체장이 정비사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지만 서울의 모든 정비사업 권한을 갖고 있어 병목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중앙정부로 권한을 가져오는 것보다 구청에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과 오세훈 시장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국민의힘은 주택공급 주도권을 서울시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여당의 견제구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오 시장도 지난달 31일 채널A에 출연해 “이미 관행으로 굳어진 제도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무리하게 회수를 하겠다고 하면 부동산에도 당파성·이념이 들어가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구청으로 내려주면 빠르다고 그러는데 서울은 동일 생활권”이라며 “도로도 공통이고 상하수도도 공통인데 자치구별로 따로따로 하게 되면 오히려 엇박자가 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고자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했다”며 “그 결과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성과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신통기획의 속도에 대해서는 장점이 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신통기획 심의 안건으로 상정되기까지 대기표를 뽑은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오 시장 시절 한남과 성수가 시범지구로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시공자 선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다”며 “비슷한 시기에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경기도의 경우 이미 입주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의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여야의 주도권 싸움은 관심이 없다”며 “정비사업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실질적인 여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