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조합, 변호사 선임계약서도 공개의무 대상”
법무법인의 법률자문 등 계약서도 용역업체 선정계약서에 해당 판단 계약서 작성 15일 이내 미공개 땐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처벌도 가능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선임한 변호사와의 선임계약서가 정보공개 의무대상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변호사 선임계약이 법적 공개의무 대상인 ‘용역업체 선정계약’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법원은 공개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지방법원 제4-2형사부는 지난 1월 변호사와 소송위임 계약을 체결하고도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은 조합임원에 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 소송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7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이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에 변호사 선임계약서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해 위법하다”며 “검사의 양형부당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에 의해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피고인을 벌금 70만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판단의 근거로 지난해 9월 선고된 대법원의 판례를 들었다. 앞서 대법원은 추진위원회가 법률자문업무 등 용역을 수행할 법무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따라 용역업체를 선정했다면 해당 용역계약서도 공개대상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즉 법무사 사무실과 변호사 사무소·법무법인을 다르게 볼 이유가 없는 만큼 공개대상이 되는 용역업체 선정계약서로 판단한 것이다.
법령 개정 취지도 마찬가지다. 2007년 12월 개정 전 도시정비법에는 ‘설계자·시공자 및 정비업자의 선정계약서’만을 공개대상으로 규정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등 용역업체’라는 문구를 추가해 공개의무 범위를 확대했다. 따라서 용역업체의 범위가 설계자 등에 준하는 용역업체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한 것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공개의무 조항의 입법취지가 불평등한 계약체결 등으로 인해 조합원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고려했다. 소송위임 계약이 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체결한 만큼 수임료 등이 불평등하게 책정된 것인지 여부를 조합원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서울시의 유권해석에서 변호사 수임약정서가 공개 대상이라고 밝힌 점과 조합의 예산에서 소송관련 비용을 용역업무비용으로 구분한 점 등을 근거로 법령이 정한 15일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변호사 선임계약이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필요하고, 공개대상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