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에 관한 서류가 작성되지 않았을 때 정보공개 의무

2025-04-16     이기영 변호사

1. 서설

주택법 제12조제2항은 “주택조합의 발기인 또는 임원은 주택조합사업의 시행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이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제10호에서 ‘그 밖에 주택조합사업 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를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규정인 주택법 시행령 제25조제1항은 “법 제12조제2항제10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란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자료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연간 자금운용 계획서’, 제2호에서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를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조합 또는 추진위원회가 위와 같은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정보공개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경우에 이를 주택법 위반(주택법 제104조제2호)으로 보아 처벌할 수 있는지 최신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경기 평택시 소재 (가칭)○○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위원장이다. 주택조합의 발기인 또는 임원은 주택조합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 및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이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피고인은 2019.3.11.경까지 연간 자금운용 계획서,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 등 회계 관련 서류를 그 작성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주택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었다. 

3. 법원의 판단 

가. 제1심 법원의 판단(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0.10.7. 선고 2019고정618 판결) : 벌금 100만원=주택법에서 주택조합의 발기인 또는 임원으로 하여금 주택조합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도록 강제한 것은 주택조합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서류 및 자료를 조합원들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사업 추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궁극적으로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함에 그 목적이 있다.

주택조합의 구체적인 사업 추진 업무형태는 다종다양하고,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 및 자료의 세부적인 명칭과 형태를 미리 특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곤란한 바, 법령에 규정된 공개대상 서류 및 자료의 의미 내지 범위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게 되면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자칫 몰각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입법취지의 달성과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공개대상 서류 및 자료의 범위를 보다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결국 여기서 공개의무의 대상이 되는 연간 자금운용 계획서 및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는 그 명칭이나 형식 여하에 불구하고 당해 주택조합 사업의 진행과 관련하여 일정 회계연도를 단위로 하여 사전에 자금운용계획을 수립한 내용을 기재한 서류 및 자료 및 월별 자금의 입출금 내역 내지 명세를 기재한 내용의 서류 및 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사건 조합추진위는 2017.11.28.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조합규약 및 각종 사업시행 안건들을 의결하였고, 2016.11.23. 주식회사 무궁화신탁과 사이에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하였는 바, 조합의 회계 및 세무 등의 업무처리를 위해 자금 입출금 내역 등을 정리한 자료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계좌거래내역 등 어떠한 형태로든 보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연간 자금운용 계획서 및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에 해당하는 자료를 작성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조합원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써 피고인에게 주택법 제12조의 공개의무를 위반함에 따른 같은 법 제104조제2호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수원지방법원 2021.10.22. 선고 2020노5733, 2021초기1188 판결) : 선고 유예=주택법 제12조제2항은 각 호에서 정한 서류뿐만 아니라 그 관련 자료도 공개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문언으로 보더라도 그 대상을 폭넓게 정하고 있는 점과 연간 자금운용 계획서,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는 그와 같은 서류가 법령 등에서 작성주체나 작성내용, 방법 등을 엄격히 정하고 있는 서류가 아니라 그 실질이 되는 내용에 부합하는 서류의 명칭을 일응 정한 것(기술구)으로 보일 뿐인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연간 자금운용 계획서,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 및 관련 자료는 그 명칭이나 형식 여하에 불구하고 그 실질 내용에 따라 해석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연간 자금운용 계획 내지 월별 자금 입출금 등의 실질이 이미 존재함에도 그 내용을 상당한 기간 내에 작성하지 않음으로써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이를 주택법 제12조제2항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동종 처벌전력이 없는 점, 수사 단계 이후부터는 사업 진행상황을 공개하고 있는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을 고려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

다.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4.9.12. 선고 2021도14712 판결)=주택조합의 발기인 또는 임원은 주택법 제12조제2항 각 호에 규정된 서류 및 관련 자료의 작성 또는 그 작성된 서류 및 관련 자료의 변경 후 15일 이내에 이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위 조항에 따른 공개가 이행되려면 조합원이 알 수 있는 형태로 해당 서류 등이 작성되어 존재하여야 하는데, 이와 같은 형태로 작성되지 아니한 서류 등에 대하여 공개의무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명문의 근거 없이 주택조합의 발기인이나 임원에게 해당 서류 등에 대한 작성의무까지도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 

위 조항이 작성과 공개를 구별하고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서류 등에 대한 공개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공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결국, 주택법 제12조에 규정된 서류나 관련 자료가 작성되어 존재한 바 없다면 주택법 제12조제2항 위반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4. 검토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2.27. 선고 2003도653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원심 법원은 주택법상 정보공개 제도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 방점을 두어, 조합이 자금을 운용하고 매월 통장을 통해 입출금한 ‘실질’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정해진 형식을 갖춘 서류의 형태로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계좌 내역 등의 자료를 공개할 의무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적절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주택법은 위 서류들의 작성의무를 정하고 있지 아니한 바, 작성된 사실이 없어 애초 공개할 수 없는 서류들에 대한 공개의무를 원심과 같이 인정하게 되는 경우 사실상 법령에 없는 내용의 이행을 강제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참고로 비슷한 시기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제1항 각호에 규정된 서류나 관련자료가 작성되어 존재한 바가 없는 경우를 도시정비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작성되지 아니한 서류 등에 대하여 공개의무가 있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명문의 근거 없이 조합임원 등에게 해당 서류 등에 대한 작성의무까지도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는 바(대법원 2024.9.13. 선고 2023도16588 판결), 위와 같은 통일된 결론은 죄형법정주의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