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후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원칙적 유효 (1)

2025-03-21     유정우 변호사

정비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비는 공사비이다. 

또한, 공사도급금액은 일반적인 용역계약금액과 달리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약체결 이후 증·감 변동하고, 그 변경금액은 사업규모와 변경내용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공사도급계약을 어떠한 내용으로 체결하고 계약체결 이후 공사진행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여부에 따라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국내 민간 정비사업조합이 이에 사안별로 적정하게 대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 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에 비하여 건설공사 관련 경험과 전문성이 현저하게 부족하고, 정비사업관리업체 등의 정비사업 관리내용 역시 대부분 도시정비법상 조합운영에 관한 내용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서의 공사도급계약 관련 분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도시정비법령에 대한 숙지는 물론이고, 건설공사 일반에 관한 제반 법리이해와 다양한 분쟁해결 경험, 여기에 더하여 공사내역, 설계변경, 물가변동, 금융비용 등 공사대금을 구성하는 세부 상세에 관한 분석 능력을 통합적으로 요한다. 

특정 분쟁에 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 있으면 추후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여부를 예견하고 문제해결의 근거 또는 기준을 사전에 마련하는 방식으로 미리 대비할 수 있으므로, 정비사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성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비사업 공사도급계약 관련 사안별 쟁점에 관하여는 회차별로 논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최근들어 자주 문제되는 물가변동 기타 대외적 경제사정 변화에 따른 계약금액 증액조정 여부에 관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1. 문제의 소지=정비사업 공사도급계약에서는 ‘착공 이후’ 시점부터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증액 없음을 규정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측에서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물가상승을 이유로 공사도급계약 내용과 달리 착공 이후 기간 동안의 물가변동분까지도 청구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착공 이후 물가변동분을 일률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계약내용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제5항제1호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라는 것이 시공사 측 주장 취지이다. 

2. 판단의 기준=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유효여부에 관한 리딩케이스는 대법원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에 따르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19조가 명시적으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계약 특수조건으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없다고 정한 특약내용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어떠한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특약이 계약상대자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아래 2가지 판단기준이 확인된다. 

①도급인과 수급인 간의 ‘갑·을 관계’가 민간 정비사업 공사도급계약 대비 훨씬 더 극명하게 확인되는 국가계약법상 관급공사 계약에서조차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국가계약법령상 부당특약 배제규정에도 불구하고 원칙적 무효가 아니라 원칙적 유효이다. 

②특정 계약내용이 부당특약 배제규정에 따라 무효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다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당해 계약내용 자체가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는 것으로서 불이익한 결과를 발생시켰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