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정비사업 공사비 증액 규모] 공사비 후불 청구서가 더 무섭다… 협상 후에도 평균 53% 상승

잠실진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상향 지난해 811만5,000원에서 847만원 이촌현대, 지난달 총회서 변경 의결 542→853만원으로 약 57.38% 올라 대조1, 미아3, 노량진8 등은 협상 중 건설사 “원가 상승으로 증액 불가피”

2025-02-17     이호준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이제 정비업계에서 공사비 증액은 흔한 일이 됐다. 원가·인건비 상승, 고급화 전략 등이 주된 인상 사유로 꼽힌다. 그렇다면 실제 공사비 협상 후 변동 폭은 어떨까.

최근 공사비 협상을 마친 서울 및 수도권 정비사업, 리모델링 주요 현장 13곳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약 53.77% 이상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52시간 근무제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상향이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 측은 물가 상승은 감안하겠지만 인상 폭이 납득할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심지어 협상 과정에서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받기도 한다. 시행자와 건설사 모두 수긍하기 어려운 협상과정은 전국적인 시공자 해지·교체, 공사중단 사태를 불러왔다.

본지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진행됐던 수도권 주요 현장 13곳의 공사비 협상과 그 결과를 파악해봤다. 다만 수주 후 최초 가격과 최근 금액에 대한 단순 비교로, 사업장마다 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표=홍영주 기자]

 

‘작년 이어 올해도’ 잠실진주, 최초 3.3㎡당 510만원→847만원으로 약 66% 상승… 신반포22차, 반포1·2·4주구 등도 줄줄이 인상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들이 올해와 지난해 연이어 공사비를 올렸다. 잠실진주아파트의 경우에는 지난해 협상에 이어 올해 또 다시 공사비를 상향했다. 최초 대비 약 66.08% 상승한 셈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이호준 기자]

잠실진주아파트는 지난달 14일 총회를 열고 3.3㎡당 811만5,000원에서 약 847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사계약 변경 및 계약서 체결’ 안건을 의결했다. 잠실진주의 시공자는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다.

잠실진주는 지난 2018년 8월에 컨소시엄 측과 최초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공사비는 3.3㎡당 510만원이었다. 3년 3개월 후 2021년 12월에는 666만원으로 올렸고, 러·우 전쟁 발발 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2023년에도 추가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당시 조합은 크게 반발했다. 이에 지난 2023년 12월 26일 총회에서 공사비 7,947억원을 1조4,492억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이 부결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 2024년 7월 3.3㎡당 811만5,000원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삼성·HDC현산 컨소시엄은 조경, 커뮤니티 특화 등의 이유를 들어 추가 공사비 인상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달 총회에서 공사비 변경 안건이 의결되면서 3.3㎡당 847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게 됐다.

서초구 신반포22차 아파트 재건축 투시도 [제공=서울시]

지난해에는 신반포22차아파트가 현대엔지니어링과 당시 최고액으로 공사비 상향을 마무리 지었다. 총회에서 공사비 변경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공사비는 지난 2017년 3.3㎡당 569만원에서 1,300만원까지 올랐다. 단순 비율로는 약 139.85% 증가했다.

‘청담 르엘’ 청담삼익아파트도 지난해 서울시 코디네이터의 중재 아래 롯데건설과 공사비 협상을 마쳤다. 롯데는 지난 2017년 시공권을 따낼 당시 3.3㎡당 약 482만원의 공사비를 기록했다. 조합과 시공자의 협상 결과 3.3㎡당 765만원에 합의를 마쳤다. 수주 후 7년 만에 3.3㎡당 공사비가 약 58.48% 올랐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경우 2019년 3.3㎡당 548만원에서 지난해 약 44.62% 상향된 792만5,000원에 현대건설과 합의했다. 비율로는 약 44.62%가 오른 셈이다.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올해 분양할 전망이다.

 

재개발에서도 증가세… GS·SK 컨소시엄, 지난달 능곡2구역 공사비 증액 결정, 행당7·고척4 등도 상향 조정

능곡뉴타운 구역별 위치도 [그래픽=홍영주 기자]

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은 지난달 경기 고양시 능곡2구역 재개발 공사비 증액을 결정했다. 지난 2016년 6월 시공자로 선정된 후로는 약 56.59%가 오른 셈이다.

컨소시엄은 지난 2016년 약 5,460억원 규모로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 2023년 7월에는 6,917억원으로 본계약했고, 올해는 1,633억원 상승한 8,550억원으로 증액을 마쳤다. GS건설이 55%(약 4,702억원), SK에코플랜트가 45%(약 3,847억원)의 지분을 각각 갖는다.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투시도=대우건설 제공]

또 지난해에는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대우건설) △서울 동대문구 휘경3구역 재개발(GS건설)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경기 고양시 원당1구역 재개발(포스코이앤씨·한화 건설부문 컨소시엄) △경기 남양주시 덕소2구역 재개발(라온건설) 등이 합의에 이르렀다.

먼저 행당7구역은 지난 2017년 3.3㎡당 543만원에 최초 금액을 결정했다. 이후 대우 측이 증액안을 내놓았지만, 조합이 난색을 표하면서 서울시가 나섰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사비 검증까지 진행했다.

검증 결과 대우가 요구한 526억원의 증액안을 조정해 요청액의 절반 수준인 282억원에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약 13.81%가 올랐다.

휘경자이 디센시아 [조감도=GS건설 제공]

휘경3구역은 지난 2022년 총액 기준으로 약 3,225억원의 공사비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약 13.33% 상승한 약 3,655억원의 공사비에 합의했다. 약 430억원이 증가했다.

고척4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020년에 최초 공사비가 3.3㎡당 447만원이 책정됐다. 이어 4년이 지난 2024년 대우·현엔 측과 합의를 마쳤다. 약 56.6% 올린 3.3㎡당 700만원까지 인상키로 했다.

원당1구역의 경우 지난 2020년에 3.3㎡당 442만원이었던 공사비를 포스코·한화 측과 207만원 인상된 649만원에 협의를 끝냈다. 최초 대비 약 46.83%가 올랐다.

덕소2구역 조감도 [사진=조합제공]

덕소2구역은 라온건설과의 공사비 협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에는 새 시공자를 뽑는 입찰공고를 내기도 했다. 이후 입찰이 무응찰에 그치고, 라온건설과의 협상안이 통과되면서 계속 동행키로 했다. 당초 공사비는 지난 2021년 3.3㎡당 434만원 수준이었다. 라온건설은 지난 2023년 4월에는 3.3㎡당 529만9,000원, 같은 해 7월에는 562만원까지 상향을 요구했다. 조합이 반발하자, 라온은 2023년 11월 552만원으로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2023년 11월 26일 공사비 변경안건을 상정한 총회가 개최됐으나, 해당 안건이 부결되기도 했다. 이듬해 결국 3.3㎡당 550만원에 양측이 합의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최초 대비로는 약 26.73% 올랐다.

 

리모델링도 예외 없다… 이촌현대, 롯데건설과 공사비 협상 마치고 지난달 총회에서 증액안 통과, 청담건영도 협상 마무리

서울 용산구 이촌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감도=롯데건설 제공]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이어 리모델링도 공사비 상승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리모델링 선두인 이촌현대아파트는 최근 롯데건설과 협상을 매듭지었다. 청담건영아파트도 시공자와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촌현대아파트는 지난달 18일 공사비 변경안을 골자로 한 총회를 개최하고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증액규모는 지난 2021년 3.3㎡당 542만원에서 853만원으로 약 57.38%가 올랐다.

앞서 롯데건설은 협상에서 공사비를 3.3㎡당 988만원으로 인상하고, 공사기간을 2027년 5월까지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조합은 이에 반발했고, 교착상태가 이어졌다. 이에 서울시는 코디네이터를 파견, 중재에 나섰다.

이후 양측은 롯데의 요구액에서 3.3㎡당 135만원을 낮춘 853만원, 공사기간은 3개월 줄인 2027년 2월까지만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내용을 이번 총회 안건에 상정했고, 조합원 찬성표를 얻어 통과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건영 리모델링 [조감도=조합 제공]

청담건영아파트 리모델링조합도 GS건설과 인상안에 합의했다. 지난 2018년 당시 공사비는 3.3㎡당 687만원 수준이었지만, 약 6년이 지나 3.3㎡당 1,137만원의 인상안이 타결됐다. 비율로는 약 65.5%가 상승한 수준이다.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 [사진=이호준 기자]

한편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현대건설),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롯데건설), 동작구 노량진8구역 재개발(DL이앤씨) 등은 시공자와 공사비를 협상 중이다. 현대건설은 대조1구역에 기존 금액 3.3㎡당 517만원에서 약 62% 오른 839만원으로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미아3구역은 롯데건설과 논의 중이며 현재 금액은 3.3㎡당 529만8,400원이다. DL이앤씨는 노량진8구역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으로 인한 고급화 등을 이유로 기존 498만원에서 약 77% 상승한 882만원으로의 증액을 원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