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정비사업 공사비 증액 규모] 툭하면 공사비 증액에 협상도 무용지물 일쑤
입주 때까지 증액 요구에 속수무책 서울·수도권 13곳 최초 대비 63%↑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재개발·재건축조합들의 공포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장기간의 협상 끝에 공사비 인상을 합의해도 건설사들의 증액 요구는 입주 때까지 지속되고 있다. 툭하면 공사비 증액 요구에 조합이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건설사들은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환경 변화와 원자재값 및 인건비 상승, 고금리 지속 등으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조정 폭이 과도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공사비 증액 요구가 잦고, 내역도 상세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은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
그나마 사업성이 양호한 구역은 공사비 증액 요구를 들어주기가 수월하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갈등으로 입주가 미뤄지는 것보다는 빠르게 공사를 진행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렇지 않은 곳은 시공자 교체로 맞불을 놓기도 한다. 문제는 되레 사업만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들도 이런 조합의 약점을 알기 때문에 공사비 증액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사 중단 카드도 서슴치 않고 꺼내들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서울과 수도권 주요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구역 13곳의 공사비 증액 규모를 분석한 결과 최초 선정 당시보다 약 6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액의 절반이상을 증액으로 채우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공사비 협상을 마무리한 서울의 한 조합장은 “공사비 협상이 완료됐지만 속으로는 정말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라며 “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합의에 이른 것이지 실제로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이 조합에 전달한 공사비 검증은 총 36건이었다. 지난 2019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2019년 2건에서 2020년에는 13건이 접수된 뒤 2022년 공사비가 급증한 이후 매년 30건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공사비를 둘러썬 갈등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이호준 기자 leejr@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