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의 공동주택 관리의무 이행에 따른 법률관계(3)
지난 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조합은 공동주택을 건설한 사업주체로서 공동주택관리법 제11조제1항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기 전까지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주택관리업자 등과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일정 관리업무를 위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후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하는 주택관리업자, 관리업체 등에 대하여 관리업무를 인계한다.
이 때 사업주체인 조합으로부터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무를 인계받음에 있어서 조합이 관리하는 기간 동안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승계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만약 조합이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따라 부담해야할 의무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는 그 계약의 효력승계를 부인하려 할 것이다.
반대로 계약의 내용에 따라 취득하는 권리 등이 있을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승계를 적극 주장할 것이다. 결국 사안마다 승계여부에 대하여 인정 또는 부인하는 태도가 나뉠 것이므로 위와 같이 관리업무의 인계에 따라 계약의 효력이 승계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대법원 2016.2.18. 선고 2012다119450, 2012다119467 판결에서는 구 주택법(2015.8.11. 법률 제13474호로 개정되어 2016.8.12. 시행되기 이전의 주택법) 제46조제6항에서 “사업주체는 제4항에 따른 자치관리기구가 구성되거나 제5항에 따른 주택관리업자가 선정된 경우에는 해당 관리주체에게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를 인계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에 대하여, 이때의 사업주체의 관리의무의 인계는 사업주체와 새로운 관리주체 사이에서 관리업무를 사실상 이전하여야 함을 규정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또 구 주택법 제2조제14호가 정하는 관리주체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하여 사업주체가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하여 제3자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 등을 승계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는 구 주택법의 개정 이후 시행되는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13조에 따른 관리업무의 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조합이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기간 동안에 체결한 계약의 효력이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새로운 관리주체에 승계되려면 이와 같은 승계에 관하여 구체적인 약정이 있거나 당사자 간에 승계를 전제로 하는 행위들이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위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따라 여러 하급심에서 관련 분쟁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23.6.15. 선고된 부산지방법원 2022가단341*** 사건은 조합이 공동주택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공동주택 내 커뮤니티 스포츠시설에 대한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기간을 2022.5.1.~ 2023.4.30.까지로 정하였다.
그 후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고 관리업무의 인계과정에서 위 위탁운영계약을 승계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2022.7.31.경 업무가 중단된 사실관계에서 위탁업체가 조합에 대하여 위 운영기간 동안의 위탁수수료 상당액을 청구한 사안인데, 법원은 조합을 위탁계약의 당사자로 보아 위탁업체가 2022.5.1.~2022.7.31.경까지 업무를 수행한 부분에 대한 위탁수수료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단하였다.
즉 조합은 관리기간 동안 자신이 체결한 계약을 입주자대표회의나 새로운 관리주체가 승계하지 않는 한 여전히 계약의 당사자로서 약정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조합의 관리기간 동안 체결한 계약을 입주자대표회의가 당연히 승계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되며, 실제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계약의 승계를 거부하게 된다면 계약의 상대방은 기존 계약의 당사자인 조합에 대하여 이를 청구할 수밖에 없게 되며, 그 결과 조합이 관리업무를 인계한 이후에도 계약상의 효력에 구속되어 불필요한 계약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조합이 관리업무를 인계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계약을 필요최소한으로 체결하고, 계약의 내용에는 향후 입주자대표회의의 승계 거부에 따라 계약이 조기 종료될 수 있음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 가능하다면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하여 관리업무를 인계할 시에 계약상의 효력까지 승계하는 취지의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