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정비사업 주요 키워드는] 잇단 공급확대… 선도지구 경쟁… 계엄·탄핵… 多事多難했다

2024-12-31     이혁기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2024년 정비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 기조에 맞춰 연초부터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내놨지만 계엄·탄핵 정국 소용돌이 속에 관련 법안들에 대한 통과는 당분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월 10일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추진 등의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법적상한 용적률 초과 등의 내용이 담긴 8·8부동산 정책도 내놨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등도 속속 발의됐다.

하지만 일부 법률안의 경우 탄핵 정국에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정부가 집권 초기 약속했던 1기 신도시 재정비 역시 선도지구 지정만 마친 채 당장 후속 절차 진행이 어렵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10대 건설사들은 모두 누적 수주액 1조원을 돌파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비사업을 안정적인 수익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급확대 정책에도 기대 떨어져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주택공급 확대에 중점을 뒀다.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정부 정책 기조는 뚜렷했다. 연초부터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정책 중점을 뒀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월 10일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안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구도심의 경우 주택공급을 위한 핵심 내용은 정비사업 활성화다.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아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기면서 이른바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으로 불렸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은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한다. 최소 D등급 이상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그런데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대책에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도 축소하겠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추진위가 정비구역 지정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조합설립 추진을 병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는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거쳐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후 발표한 8·8부동산 대책 역시 정비사업 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 동의율을 기존 75%에서 70%로 낮추고, 법적상한 용적률 초과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절차 간소화 내용도 담겼다.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처리하면서도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를 한꺼번에 수립하겠다는 등의 방침으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시들해졌다는 평가다.

 

선도지구 선정 결과는? 총 15곳

국토교통부와 1기 신도시 내 각 지자체가 지난달 27일 재건축 선도지구 13곳을 선정했다. 총 3만5,897세대 규모로 광역 재건축 추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방침은 1기 신도시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집권 전부터 1기 신도시 재정비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광역 재건축 추진에 골자를 둔 정책이 주목 받았다. 바로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단지들에 대한 재정비 선도지구 지정 방침이다.

경쟁은 뜨거웠다. 1기 신도시 절반에 가까운 단지들이 선도지구 지정 경쟁에 뛰어 들었다. 평가 항목 중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하는 ‘동의율 확보’를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설득에 나섰고, 15곳이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국토교통부와 1기 신도시 내 각 지자체는 지난달 27일 재건축 선도지구 13곳을 선정했다. 총 3만5,897세대 규모다. 가장 규모가 큰 지역은 분당으로 3개 구역 1만948세대 규모가 대상이다. 

일산 3곳, 중동 2곳, 산본 2곳, 평촌 3곳 등도 선도지구로 뽑혔다. 여기에 분당 목련마을 빌라단지 1,107세대 규모와 일산 정발마을2·3단지 262세대 규모 등 2곳도 별도 정비물량으로 추가했다.

다만, 정부가 발표했던 오는 2030년 입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일 재건축의 경우 통상 사업기간은 10년 정도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등 사업계획 확정 및 조합원 이익 분배하는 절차에만 수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단지를 통합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만큼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는 순조로운 사업 추진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성 상향을 위한 방안과 각 단지별 기부채납 비율 설정, 공사기간 중 이주단지 문제 등이 꼽힌다.

 

탄핵 정국에 법안 통과 안갯속

탄핵 정국에 국정이 마비되면서 정비사업 관련 법안들의 통과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활성화 관련 법안 통과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계엄·탄핵, 국무위원 전원 사퇴 등의 이슈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정비사업 활성화 동력 작동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가장 대표적인 법안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는 8·8부동산 대책의 후속 법안으로,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국토법안심사소위까지 거쳐 국토위 전체회의까지 통과했다. 그만큼 여·야 합의에 따라 국회 본회의 통과도 유력했지만, 탄핵 정국에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구역지전 전 추진위를 구성하고, 재건축진단 시기 조정 등의 내용으로 패스트트랙이라고 평가 받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역시 시행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공포된 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6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시행령·시행규칙 등 후속 조치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가 공모를 통해 선도지구 13곳 및 별도 정비물량 2곳 등 15곳을 선정했다. 하지만 국회 기능 상실에 특별정비구역 지정 등 후속 조치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대한 특례법’ 제정이 당장 통과가 어렵다는 점도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해당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국토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축조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10대 건설사 모두 1조 클럽 가입

[그래픽=홍영주 기자]

정비사업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사상 최초로 10대 건설사 모두 1조 클럽에 가입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는 인사 칼바람 속에서도 수주역량 확대에 나섰다. 여전히 정비사업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분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임원 감축과 인사이동 등의 조치가 이뤄지는 사례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심지어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이 내몰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그런데도 10대 건설사 모두 1조원을 넘기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현대건설은 6조원 돌파로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2위는 약 4조7,141억원 규모로 포스코이앤씨가 이름을 올렸다. 

3위 자리를 두고는 GS건설, 삼성물산 간에 쟁탈전이 치열하다.(2024.12.18. 기준) 현재 GS건설은 약 3조1,097억원, 삼성물산의 경우 약 2조8,067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만약 삼성물산이 공사비 약 8,000억원 규모인 안양 종합운동장동측 수주에 성공할 경우 누적액은 약 3조6,067억원으로 늘어난다. 

5위는 대우건설로, 누적액은 약 2조9,823억원 규모다. 이어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도 정비사업 누적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여전히 수의계약이 대세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연초 부산 시민공원촉진2-1구역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삼성물산과 맞붙어 승리한 후 경쟁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말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뜨거운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결과는 총회가 예정된 내년 1월 18일에 나올 전망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