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인 조합장의 자격은 유지되는가(2)
주말부부인 조합장의 자격은 유지되는가, 1편에서 이어진다.
먼저 조합장지위부존재확인의소부터 보자. 주말부부였던 甲이 조합장의 계속 거주요건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의 문언에 의하면 △조합장은 해당 정비구역 내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영업을 하는 경우에도 그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는 점 △도시정비법의 개정 취지와 문언의 내용, 주소는 동시에 두 곳 이상 있을 수 있다고 규정된 민법 제18조 제2항과 조합장이 정비구역 내에서만 거주하지 않고 다른 곳에 주소지를 두고 있더라도 정비구역 내 마련된 주소지에서 어느 정도 거주하면서 조합업무를 수행하는 이상,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에 규정된 조합장의 해당 정비구역 내 거주의무를 ‘해당 정비구역을 유일하고도 단일한 주소지로 하여 거주할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甲이 주말부부를 하였고 인근에 가족이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할 때 전기, 수도, 가스 등의 사용량에 부족하다고 보아, 거주 사실을 소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전기 등의 사용량이 적은 경우 계속거주요건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하급심도 있고 위반하였다고 본 하급심도 있다. 단순히 사용량만으로 이를 단정할 수는 없다. 예컨대 대학생이 학교 앞 자취방에서 지내며, 빨래는 모두 코인세탁소에서, 식사는 모두 학교시당에서 식사를 하며 지냈고, 주말마다 본가에서 지냈다고 가정해보자. 위 학생은 자취방에서 ‘거주’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을까.
또 회사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잠만 자고 식사는 모두 사먹는 직장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직장인은 숙소에서 거주하고 있지 않은 것일까. 이들의 전기, 수도, 가스의 사용량은 조합장 甲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즉 단순히 전기 등의 사용량만을 이유로 거주 여부를 단정하는 것은 다소 지나치게 섣부른 판단이라고 보인다.
결국 조합장 甲이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甲의 조합장 자격은 유지된다 할 것이다.
한편 주민등록법위반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자. 주민등록법 제37조 제3호의2에서 정하는 ‘주민등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거주지를 이동한다고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 당해 관할 구역에 30일 이상 계속하여 거주할 의사 없이 해당 주소 또는 거소에 허위로 전입신고를 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조합장 甲은 실제로 옥탑방을 임차하였고 주 5일을 옥탑방에서 지냈기 때문에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주민등록법위반죄도 성립하기는 어렵다할 것이다.
변호사 丙은, 위와 같은 이유로 둘 다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고, 조합장 甲은 두 사건 모두 선임하겠다고 했다. 변호사 丙은 조합장 개인의 형사사건을 위한 변호인 선임의 경우 조합의 자금으로 선임할 경우 업무상 횡령죄가 되므로, 조합장 甲의 개인자금으로 선임하여야 한다고 했다. 수임료는 조합장 甲의 한 달 월급보다 많았다. 조합장 甲은 괜히 조합장을 맡았다고 생각했다. 조합장 甲은 변호사 수임약정서를 써야 할까, 조합장 사직서를 써야 할까 고민하며 통화를 마쳤다.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 관련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조합장에게 사업구역 내 계속 거주하도록 조합 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였다고 한다. 조합장이 사업구역 내 계속 거주를 하면 어떻게 비리가 근절된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굳이 입법자의 의도를 추측해보자면, 전 조합장 乙처럼 조합원들이 감시의 눈으로 조합장을 지켜볼 수 있으니, 비리가 근절된다고 본 것인가 싶기도 하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에서 말하는 ‘거주’에 대하여도, 어느 정도 수준이라야 거주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것인지 법원조차 일관되게 판단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말부부면 거주가 아닌지, 매일 외식하면 거주가 아닌지, 빨래를 집에서 안하면 거주가 아닌지, 집에서 가전기기를 안 쓰면 거주가 아닌지, 그 판단기준은 예측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 모든 것이 도시정비법이 이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에서 계속 거주요건을 규정하고 나니, 계속 거주사실을 파헤치기 위해, 뜬금없이 조합장을 상대로 주민등록법위반으로 고발하는 상황까지 초래된 것이다. 합리적이지 못한 규제는 억울한 피해자와 억울한 범죄자만 양산한다. 계속 거주요건 위반여부는 조합장의 자격을 상실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법원에서 이를 엄격히 해석하거나,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위 사례는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1. 7. 7. 선고 2020가합1014**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7. 13.자 2022카합202** 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21.자 2022카합217** 결정 등을 참고하였고, 각 하급심 판결의 사실관계와 차이가 있으며, 등장 인물들은 실제 인물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