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조합장의 자격 유지(1)

2024-11-21     구찬회 변호사

도시정비법 제41조제1항은 다른 임원들과 달리 조합장에게 사업구역 내 계속하여 거주하여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동법 제43조제2항제2호는 이를 갖추지 못한 경우 임원이 당연 퇴임하도록 규정한다. 

정비사업은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업구역 내에서 거주하는 것 자체가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사례를 통해 한번 살펴보자.

甲은 재개발·재건축 투자자다. 은퇴자금으로 치킨집을 열기보단 재개발 물건에 투자를 했다. 

그런데 조합 단체 채팅방과 조합 카페를 보니 조합장 乙이라는 작자는 사업을 빨리 진행할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다른 조합원들이 쓴 글을 보니 비리도 많은 것 같다. 

이에 甲은 재개발·재건축 투자자로서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분노의 글을 몇 번 적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甲의 인기가 높아졌다. 결국 甲은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 乙같은 작자에게 더 이상 내 투자금을 맡겨둘 수 없었다. 

정비업체 직원이 甲에게 조합장이 되면 주소지를 사업구역 내로 옮겨야 하니 미리 집을 알아보라고 했다. 甲은 사업을 어떻게든 빨리 진행시켜 투자금을 회수할 생각만 했지 이사까지 해야 될 줄은 몰랐다. 

甲은 집에 가서 배우자에게 조합장이 되면 이사를 가야 한다고 했다. 甲의 배우자는 “돈이 없어서 싼 집을 골라서 사느라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집을 사놓고 나보고 그 집에 들어가라는 것이냐”며 소리쳤다. 맞는 말이긴 했다. 

甲은 배우자에게 월세를 구해서 들어가 살면 되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세 가족이 살 수 있는 큰 집의 월세는 땅 파면 나오느냐는 말에 甲은 고개를 숙였다. 甲은 딸에게 갔다. 딸도 아빠 때문에 전학을 가는 건 싫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甲은 곧바로 사업 구역 내에 위치한 옥탑방을 임차하여 전입신고를 마치고 혼자 이사 갔다. 甲은 조합장이 되었다. 그래도 원래 살던 집과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저녁밥은 집에 가서 먹었다. 평일은 주로 옥탑방에서 잤고, 주말은 가족들과 보냈다. 

집에 갈 때마다 아내와 아이는 “조합장이 국회의원이냐,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이기에 가족들하고 생이별하면서까지 해야 하냐”라고 따졌지만 甲이 할 말은 없었다. 甲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甲은 법원에서 날라 온 우편물을 받았다. 소장과 변론기일 통지서였다. 전 조합장 乙이 조합장 甲에게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소장에는 甲에게 조합장 지위가 인정될 수 없는 이유로 △甲이 거주한다는 옥탑방의 수도, 전기 사용량이 甲이 거주한 날로부터 급감하였다는 점 △乙이 甲에게 우편물을 수차례 발송하였음에도 폐문부재로 반송되었지만 甲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우편물을 발송하니 바로 송달이 되었다는 점 △옥탑방의 임차금액이 소액이라 허위의 임대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며칠 뒤 甲에게 전화도 왔다. 경찰관이었다.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고발당했으니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것이다. 옥탑방에 거짓으로 전입신고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甲은 골치가 아파 온다. 조합 자문인 변호사 丙에게 전화를 한다.